[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100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이 속출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은 뜨거워지고 있으나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실질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경쟁률 상승으로 수령 가능한 주식 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공모 청약의 대안으로 스팩(SPAC)에 투자할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회상장 통로인 스팩 시장은 IPO 시장의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다. 합병 절차를 밝고 있는 일부 종목들을 제외한 대다수 스팩 종목들은 공모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돼 공모를 거쳐 상장하는 종목이다. 합병시한으로 주어진 3년 안에 후보기업을 찾아 합병에 성공해야 한다. 피인수기업은 스팩을 이용해 우회상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팩 발기인과 공모 투자자들은 합병으로 인한 주가 차익을, 피인수기업은 스팩을 통해 IPO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우회상장을, 스팩 발행 증권사는 각종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한때는 스팩 투자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유동성이 IPO로 집중되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스팩 상장이 증가한 탓에 합병 후보 물색이나 합병비율 설정 등 M&A 조건이 나빠졌고 이로 인해 스팩 투자로 큰 수익을 내는 경우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반감시켰다.
하지만 스팩은 공모주가 갖지 못한 고유의 장점이 있어 여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첫 번째는 안전마진이 확보된 투자라는 점이다. 투자원금(공모가 2000원) 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이자까지 보장돼 있어 주어진 기한 내에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거꾸로 합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 스팩 종목을 매수해 3년간 쌓인 이자를 취하는 투자도 가능하다.
두 번째, 높은 청약경쟁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만큼 매수해서 주가 차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대신 공모주의 ‘따상’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주당 수익률은 낮더라도 보유주식 수로 비슷한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단 투자기간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공모주 투자는 청약증거금을 입금한 후부터 주식을 받아 매도하기까지 2주 안에 마무리되지만, 스팩 투자는 합병할 기업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 합병할 기업을 찾았다는 발표와 함께 주식 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에 거래정지가 풀려야 주가가 올라 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공모주 투자보다는 훨씬 길게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약점은 합병시한이 다가오는 종목 중에서 투자후보를 고를 경우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삼성스팩2호는 오는 9월13일이면 상장한지 만 2년이 된다. 현재 주가도 공모가와 같아 앞으로 최장 1년만 기다리면 주가 차익을 얻거나 스팩에 쌓여 있는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이익의 크기가 다를 뿐 합병 성공이든 실패든 이익은 얻을 수 있다.
현재 2017년에 상장한 신한제4호스팩이 여기에 해당한다. 에스더블유엠과의 합병이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주 6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저금리로 인해 스팩 원금(예치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도 크게 낮아져 이자수익 자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비제18호스팩은 지난 6월에 예치신탁 이자율을 연 1.61%에서 연 0.48%로 대폭 인하했다. 연 1% 아래로 이자율을 내리는 스팩이 계속 늘고 있다.
스팩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시장에서 주식으로 매수해 스팩에 투자할 때는 주가 외에도 합병 레코드를 살펴야 한다. 합병에 성공한 레코드가 충분한 증권사의 상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관련 부서 인적자원의 경험이 중요하다. 스팩의 주요주주가 누구인지도 살펴보자. 스팩 투자 경험이 많은 기관일수록 좋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마진이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경우 합병 관련 소식이 없는데 상장 초기부터 9000원대까지 급등했고 이후로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부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쫒을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와 합병할지, 합병비율이 얼마나 될지 전혀 모르는 채로 참여하는 블라인드 투자라는 점을 감안,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주가가 공모가 부근인 종목이 많아 선택지는 많은 편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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