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세모이배월> 두 번째 결산이다. 2019년 이후 소개한 종목 중엔 고배당주가 많았다. 배당이라는 안전판을 갖고 있었지만 코로나19를 피하지는 못했다. 배당도 실적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회복기에 성장주들 같은 상승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종목들도 이번 사태 때 낙폭이 큰 것을 보면 배당주가 안전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특징은 해외종목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와 리츠(REITs)들은 안정감이 돋보였다. 전 세계적인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해외 오피스 자산에 대한 공실 우려가 확대돼 시세는 하락했으나 배당(분배)은 꾸준했다. 우량 임차인 위주이다 보니 일반 오피스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APLE처럼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는 코로나19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피해가 컸다.
믿을 건 역시 부동산
롯데리츠는 기업공개(IPO) 당시에 다뤄서 공모가로 기재했다. 상장 직후 잠깐 주목을 받다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공모가를 밑돌기도 했다. 성장주로 관심이 쏠려 소외돼 있으나 안정적인 배당이라는 리츠의 최우선 가치에는 변한 게 없다. 입지로 주목받고 있는 신한알파리츠라면 몰라도, 임대료 기반으로 배당을 하는 일반적인 리츠는 주가 차익을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는 흔치 않는데 KB가 ‘와이즈스타’ 브랜드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3호까지 출시했는데 그중 KB부동산펀드1호 상품은 10분만에 750억원을 완판해 화제였다. KB국민은행 명동사옥을 재건축해 호텔을 짓는 사업의 대출채권에 투자해 연 5.12%의 수익을 낸다는 점이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을 움직였다.
폐쇄형 공모펀드라서 수익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거래가 없어 신규 투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흔치 않아 해외부동산 펀드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는 피렐리타이어의 연구센터가 임차한 밀라노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운용기간이 5년인데 임차 계약기간은 2032년으로 안정적인 상품이다. 현재 펀드 기준가는 소폭 995.17로 하락했지만 펀드 설정 후 9월에 1좌(1000원)당 23.53원, 올해 2월에 32.41원, 합산 55.94원을 지급했다. 정상 분배금이 30원대이므로 앞으로는 연 6% 이상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하나대체나사부동산펀드는 지난해 4월에 31.38원, 10월에 31.41원, 올해 4월에는 31.63원 지급했다. 1000원 기준 6.3%, 현재 시세 대비로는 연 7.3%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부동산이 불안하다지만 나사(NASA) 같은 임차인이 월세를 밀릴지 의문이다.
현대유퍼스트부동산25호도 마찬가지. 스코틀랜드 건강보험공단이 쓰고 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지급한 합산 분배금은 62.5원으로 연 6% 이상의 배당을 목표로 한다는 운용사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기준가는 원본을 살짝 밑돌고 있다.
맵스호주2호는 유일하게 기준가 1000원을 넘지 못한 종목이 아닐까? 월세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텐데 여전히 8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리츠, 부동산펀드보다 부침 있어
수익증권은 거래가 적어 시세가 덜 움직였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리츠는 달랐다.
미국 전역에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APLE은 코로나19 피해주다. 관광객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 제한으로 이용객이 크게 감소하는 바람에 타격이 컸다. 이로 인해 매달 주당 0.1달러씩 나눠주던 배당도 올해 3월까지만 지급하고 중단해야 했다. 과거 레코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모리힐스리츠는 롯본기힐스라는 우량 자산을 갖고 있어 그나마 충격이 덜한 편이다. 기사로 나간 뒤로는 지난 1월에 주당 2883엔을 배당했다. 오는 7월말을 기준일로 2890엔 배당도 예고했다. 합산하면 5773엔이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조금 더 많다. 19만엔 근방까지 잘 오르다가 코로나 충격으로 잠깐 8만엔 아래로 추락했지만 이후 2019년 상승 랠리 이전 수준은 회복한 상태다.
KINDEX 싱가포르리츠 상장지수펀드(ETF)는 분배금을 재투자하는 운용을 한다. 한국투신운용에 따르면, 현재 주가엔 연 5.4%의 분배금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니 분배금을 뺀 성과는 두 자릿수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세모이배월>에서 다룬 부동산 투자종목들의 성과만 보면 부동산펀드(수익증권)와 리츠의 성과가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수익증권 쪽이 더 안정된 모습이다. 부동산펀드는 우량한 임차인에게서, 계약에 의한 월세를 받아 나눠주는 데다 중간 재평가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변동성이 낮다. 리츠는 시장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돼 생긴 차이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임대차 안정이다. 그런 자산이기만 하다면 펀드와 리츠를 가릴 이유는 없다.
배당, 절대적 안전마진 아니다
배당주들의 성적은 크게 부진헸다. ‘배당귀족주’로 소개한 일진파워는 꾸준히 증가하던 이익과 배당이 감소했다. 다행히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올 한해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다시 봐도 당연히 거론할 만한 종목이다.
인천도시가스는 코로나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난방 공급이 감소한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배당에 대한 신뢰는 지켜가는 중이다.
도시가스업체만큼이나 경기방어의 성격이 강한 SK텔레콤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5G투자는 계속되고 있으나 속도가 더뎌 가입자는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기에 민감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보니 반도체 업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삼성카드 주가도 소비 감소 우려로 흘러 내렸다. 2분기에 반영된 정부 지원금 효과가 빠지는 3분기 실적이 관건이다. 올해 배당 감액도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강원랜드도 코로나19로 인한 폐장이 길어져 피해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 종목을 소개한 시점이 코로나 충격으로 급락했을 때라 지금은 30% 수익이 난 상태다. 증시에는 저점에서 2배, 3배 오른 종목이 부지기수지만 배당주로는 이 정도 상승률도 흔치 않다.
카지노 피해는 만국공통이다. 미국의 라스배가스샌즈(LVS)는 아직 30% 가까운 손실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영업 정상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아쉽다. 소개한 이후 주가가 꾸준히 강세를 보였고 중간배당 포함 연 2100원을 배당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무너졌다. 그런데도 올해에도 500원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은행주 중에서는 <세모이배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종목이다.
효성은 열심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이다. 8만원 중반까지 올랐다가 지난 3월 5만원 밑으로 추락했었지만 이제 많이 회복했다. 배당을 더한 합산수익률로는 양전환했다.
이들과 달리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로 흔들리지 않는 비즈니스모델의 강점을 성과로 증명했다. 3월 당시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5월 중엔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진양산업의 상승은 씁쓸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에 유력 정치인들의 테마주가 움직였는데 진양산업도 그중 하나다. 주식시장은 비정하다. 지난 연말 배당은 예상 범위였지만 올해 중간배당은 소폭 감소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고배당주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배당금이라도 전년 수준을 유지한다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겠지만 고배당주에서 탈락하는 종목들도 나올 것이다. 관심종목군을 추려내야 한다.
해외 배당주들 중엔 배당금이 깎이거나 중단된 종목들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다임러의 경우 배당 컷 충격이 컸다. 주당 0.9유로로 급감했다. 2018년영업이익이 20% 줄더니 2019년엔 다시 39% 감소했다. 지난 16일 나온 올해 2분기 실적은 16억8000만유로(2조3000억원)의 영업적자였다. 그나마 예상보다는 덜한 실적이라고. 올해 배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맥쿼리인프라는 잘 버티고 있는데 미국의 맥쿼리인프라스트럭처(MIC)는 그러지 못했다.
고배당주로 구성된 ETF인 SPYD는 20% 가까이 하락하며 고배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실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나 Arirang고배당 ETF도 성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머징국가 현지통화채권에 투자하는 EMLC가 그나마 괜찮았다. 월분배 상품으로 소개할 당시보다 분배금이 감소, 지난 4월엔 0.1230원까지 줄었으나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분배금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배당수익률이 높다.
혜택 줄어든 적금…그래도 챙겨야
이밖에 구로동 신동아미래지움와 서대문역 바비엥2 오피스텔은 매매가가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거래가 적어 시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세모이배월>에서 소개한 오피스텔 중 시세가 오른 곳은 두 곳 뿐이다. 시세 차익이 아닌 월세가 목적이라면 여러 모로 부동산펀드나 리츠가 효율적이다.
최근에 상장된 한진칼3 채권은 액면가보다 낮은 할인가로 매매를 시작했지만, 한진칼 신주인수권 행사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유일하게 경고하기 위해 소개했던 하나니켈은 예정대로 상장폐지됐다. 마지막 청산분배금이 있었는데 그걸로 당시 주가 급등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괜찮은 조건으로 나올 때마다 소개하고 있는 특판 예적금은 갈수록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연 5%짜리 예금처럼 돌연변이도 있지만 흔치 않은 기회이고 경쟁도 너무 치열하다. 저금리 시대인지라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상품을 챙겨야 하는 것은, 이렇게 모든 돈을 다른 투자에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테크의 기본은 저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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