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유동성 과잉으로 주식과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 중인 가운데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도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된 주식종목들의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원유선물(9월물) 가격은 배럴당 41.0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대로 추락하며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지 석 달 만에 어느새 40달러를 넘어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OPEC+ 국가들이 원유 감산을 논의할 당시 유가보다 10달러 낮은 수준이다. 인공호흡기 떼고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올라온 셈이다.
하지만 유가 반등을 예상하고 관련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성적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원유선물은 저점을 찍을 당시 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였던 터라 이때보다는 78.69달러나 올랐다. 상승률은 계산하기도 어렵다. 비정상적인 추락을 기록한 다음날의 가격 10.01달러와 비교해도 4배 이상 올랐다.
반면 유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정유업체들의 주가는 이만큼 회복하지 못했다. 정유업체 주가부터 살펴보면 엑손모빌은 8% 정도 오른 반면 S-OiL은 여전히 1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유가가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호재로 상승한 것으로 온도차가 있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50% 급등했다.
그나마 원유선물 ETF 성적이 정유업체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단 종목별로 성과 차이가 크게 갈렸다.
TIGER 원유선물(H) ETF는 원유선물 만기 시 유리한 월물로 갈아탈 수 있는 인헨스(enhanced) 방식의 운용을 하고 있어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가까운 월물을 편입하던 KODEX WTI원유선물(H) ETF의 주가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 이것도 미국의 원유선물 ETF 종목인 USO에 비하면 나은 것이다. USO는 충격 당시의 주가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KODEX WTI원유선물과 USO는 원유선물 마이너스 추락 사태 이후 편입하는 월물을 근월물에서 만기가 먼 다른 월물을 함께 편입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시 투자자들에게 동의를 얻지 않고 바꾸는 바람에 논란이 컸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운용 방식이 유가가 반등할 때 ETF 성과에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며 항의했는데, 그 우려가 주가 성과에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유가 회복에도 불구하고 관련 종목들의 주가 회복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금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가 기록과 2000달러 돌파를 함께 노리고 있다. 23일 뉴욕상품거래소(CME)에서 8월 인도분 금선물 가격은 온스당 1.3% 상승한 18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11년 8월22일에 기록한 역대 최고가 기록 1891.90달러에 바싹 다가섰다.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 2000달러 돌파를 예견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금 관련주들도 올해 큰 조정없이 강세 랠리를 펼치고 있다. 금선물을 따르는 KODEX 골드선물 ETF는 올해 저점 대비 23%가량 올랐고, 한국거래소의 금현물도 21% 상승했다. 올해 상승률로 보면 금현물이 28% 넘게 올라 골드선물 ETF를 앞선다.
금 가격에 영향을 받는 대표종목 고려아연의 주가는 올해 그다지 좋지 못한 흐름을 보이다가 7월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에 올라탔다. 덕분에 저점 대비 상승률에서는 미국 금선물 가격에 가장 근접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주목할 상품은 농산물이다. 넘치는 유동성과는 상관없다는 듯 장기간 약세를 이어오다가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6월26일 부셸당 475.75달러로 거래됐던 밀선물 가격은 23일 529.50달러까지 올랐고, 콩선물 가격도 319.25달러에서 335.50달러로 반등했다. 이들의 매매가 차트를 보면 한 달 이상 횡보하다가 고개를 든 것을 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 쓰핑시 리수현의 녹색식품원료 시범 구역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최대 곡물 소비국인 중국의 수입량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6월 한 달간 91만톤의 밀을 수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97% 증가한 것이며, 7년만의 최고치였다. 상반기 총 수입량은 335만톤으로 젼년보다 90% 늘었다. 옥수수 수입도 88만톤으로 작년보다 23% 증가했으며, 설탕도 196% 늘려 4억톤을 수입했다.
미국과의 갈등이 깊은 가운데서도 미국과의 1단계 합의에 따라 농산물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홍수 피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관련주들도 꿈틀대고 있다. 농산물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는 밀, 옥수수, 콩 등 3대 곡물에 집중하는 KODEX의 상품이 조금 더 올랐다.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길 때 움직이는 비료업체의 주가는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7년만에 월간 기준 최대 규모의 밀을 수입했다.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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