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술자리 학생 동원'으로 공분을 샀던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가 특수목적고등학교 지위를 극적으로 유지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2일 특수목적고등학교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내린다고 23일 밝혔다.
평가 유예에는 학교가 지난 13일 청문에서 밝힌 개선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된 학생의 외부행사 동원에 대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교사가 참여하는 대외행사운영위원회를 꾸려 교육적 목적과 적합성 여부 검토 후 행사 동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대외행사운영위는 지난해 7차례 개최됐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환경 문제도 개선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5월부터 9억원을 투입해 학교 환경 개선 및 시설 확충을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순세계잉여금의 적정화를 통해 학생 1인당 교육비 및 장학금 등 학생교육 지원 예산 증대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연차적으로 줄여 적정 규모로 운영한다는 점도 감안됐다.
감사 미이행 사항은 일부 처리될 계획이다. 학교는 학생 동원의 주역인 행정실장 등 사무직원의 사직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고, 일부 이사 교체를 위해 이사회를 열겠다는 계획서도 같이 냈다.
이로써 서울공연예고는 최종적인 지위 유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운영평가 대상 학교가 유예 후 재평가에서 취소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문고·장훈고·세화여고, 서울외고, 영훈국제중 등 5곳은 지난 2017년 재평가 결과에서 지위 유지가 확정된 바 있다. 지정 취소 결과가 나올 때마다 학교들이 대비 시간 부족을 주장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학교는 2년의 시간을 번 셈이다.
앞서 지난 2일 서울공연예고의 운영평가 점수는 68.4점으로 '커트라인'에 1.6점 모자랐다. 감사 지적사항 감점에서 '만점'을 받은 점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운영평가 배점에서 커트라인 점수는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5점에서 10점으로 늘어났다.
시교육청은 재평가 당락을 가른 결정 요인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정·운영위원회가 학교의 개선 방안과 향후 발전 계획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의견을 줬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에서 휘문고등학교의 지정취소 청문이 열렸다. 휘문고는 '이사장 부자'가 수십억원대의 회계 부정을 저질러 지난 9일 전국 최초로 교육감 직권 취소 결정된 바 있다.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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