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금값도 사상 최고가를 넘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금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금 투자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금 현물과 선물, 파생상품, 관련 기업의 주식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대되는 성과나 거래 편의성을 고려하면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이 가장 나아 보인다.
9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마감한 금선물가격은 트레이온스당 1815.50달러를 기록했다. 금가격은 지난 4월 중순 1700달러를 돌파한 이후 횡보하다가 6월 중순부터 다시 오르며 이달 7일에 1800달러를 넘어섰다. 1815달러 금값은 2011년 이후 최고가로 이제부터는 그해 9월9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 1899달러를 넘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때 강세를 나타낸다.
세계 주요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수준의 유동성을 풀고 있으나 아직 실물경기가 돌아섰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앞으로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자금을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100 언저리에서 맴돌며 단단하게 버티던 달러인덱스도 96.36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오직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만 오르다 보니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보전, ‘버블’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불안한 금융환경이 계속되는 한 안전자산 수요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금값은 19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0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금값 상승을 막을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전망에 근거해 금 관련 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금은방이나 홈쇼핑 골드바가 아니라도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국제 금시세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 런던귀금속거래소(LBMA) 등 다수의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가격으로 정해진다. 시장별로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세는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거래가격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여기에서 직접 거래할 수는 없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금선물을 매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선물거래가 쉬운 것도 아니고 거래도 많지 않다. 이보다는 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현물시장이 훨씬 나은 투자처다. 1g 단위로 거래가 가능해 편의성이 높고, 거래량도 충분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크게 벌어지지도 않는다.
국제 금 시세와 가격 오차가 적고 거래 비용도 적게 든다.
8일 COMEX에서 마감한 금선물(8월물) 종가는 온스당 1815.5달러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 1195.50원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약 217만430원이다. 이 가격이 우리 시간으로 9일 새벽에 정해졌다는 점을 감안해 9일 KRX 금 현물가와 비교하면, 이날 오전 금 현물가격은 6만9300원으로 출발했다. 1트레이온스는 31.1035g이므로 저 가격에 31.1035를 곱한 거래소의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215만5472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보다 1만5000원 더 낮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에는 국제시세보다 10bp 정도 높게 형성된다고 한다.
국제시세와 오차가 적고 거래하기에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투자성과에서 다른 상품들에 비해 뒤지지 않아야 한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상장지수펀드(ETF)와 비교해보자. 금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KODEX골드선물(H)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7.52%였다. TIGER골드선물(H)의 수익률도 거의 비슷하다. TIGER금은선물(H) ETF는 이보다 조금 낮은 16.16%를 기록했다.
환헤지를 하는 국내 ETF와 달리 미국 증시의 ETF 종목인 GLD는 같은 기간 18.29%를 기록, 이들보다 나은 성과를 보여줬다.
그런데 KRX 금현물은 이보다도 높은 20.56%의 수익률을 올렸다. 성과에서 뒤지기는커녕 더 앞선 것이다.
또한 국내 금선물 ETF의 경우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가 붙고, 미국 ETF에 직접 투자할 경우 다른 해외투자 이익과 합산해 25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KRX 금현물 투자로 얻은 이익에는 아무런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 거래한 금을 100g 또는 1kg으로 실물로 인출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2만원의 인출 수수료도 있다. 투자 수익을 추구할 목적이라면 굳이 금덩이를 인출할 필요는 없을 테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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