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발달은 가장 중요하고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행동으로 보여지는 운동 발달지연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을 수 있지만, 언어발달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누구도 말이 늦었는데 지금은 잘 한다'등의 조언에 위안을 삼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유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언어발달은 부모를 닮은 경우도 있지만 가족력 외 여러 원인이 있어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 및 치료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영유아는 생후 4개월부터 언어발달을 시작해 소리와 언어를 구별해낸다. 생후 6~7개월에는 소리와 목소리 톤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생후 10~12개월에는 '안돼', '주세요', '안녕' 같은 부모의 의미 있는 소리에 반응을 하며, 13~18개월에는 '엄마' 같은 단어를 발음하면서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25개월부터는 성인 말의 60~80%를 이해하며, 하루에 8단어씩을 말할 수 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이러한 언어발달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냥 말을 잘 한다, 못한다 식으로 양분돼 보이기 때문이다.
언어발달 지연 징후는 아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돌 즈음까지 엄마, 아빠 같은 단어를 말하지 못하고 옹알이만 하거나 18개월까지 말보다는 몸짓으로만 자기 의사를 표현을 하는 경우, 36개월까지 문장으로 말을 하지 못하거나 대화 상황을 지속적으로 피하려고 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발달 지연은 유전자, 뇌의 이상 등 선천적인 것이 원인일 수 있지만 양육 환경이나 부모와 아이의 잘못된 애착 형성에서도 비롯된다.
이윤영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애착장애를 유발 할 만한 잘못된 양육 환경이나 가족 내 잦은 불화는 아이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아이의 발달에는 지지, 응원, 애정 등을 주는 정서적 애착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언어발달 지연 검사는 보통 환아 관찰, 보호자 면담으로 1차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판단하고, 보조적인 발달 평가 방법인 영유아발달검사, 사회성숙도검사, 자폐증 평가척도 등을 이용한다. 엄마, 아빠 등의 기본적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아이는 청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력검사를 한 후 발달검사를 할 수도 있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부 간의 대화'다. 보통 유튜브 등으로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면 언어 자극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강한 시각자극은 도리어 단어 인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말을 배우려면 아이가 언어를 듣고 현재 상황과 단어의 의미를 매칭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빠르게 움직이는 시각 자극이 그 과정을 잊게 하기 때문이다.
이윤영 교수는 "사용하는 단어가 많지 않은 아이에게 영상을 장시간 보여주거나 아이에게 말을 하게 하는 등의 일방적인 자극을 주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부부 간의 일상 대화를 자주, 반복적으로 들려주면 아이는 다양한 단어와 문장에 노출돼 단어를 훨씬 빨리 인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어른의 대화에 노출되면서 관심 있는 단어와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이를 선택적으로 저장하면서 언어가 발달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가 부모의 대화 중에 끼어들거나 말 참견을 할 때 주의를 주는 것보다 자주 아이를 대화에 동참시키거나 부모의 말을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대화에 노출되면서 단어 저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아이들이 대화에 참견할 때 혼내기 보단 따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강동성심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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