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저작권자 고 김정호(1952~1985) 님의 동의를 얻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녔습니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승계자 이름이 조정선. 김정호님의 본명이 조용호였으며 조정선님은 그 분의 딸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싱어송라이터 김정호가 남긴 1983년작 ‘하얀나비’는 한국 포크송 희대의 명곡으로 꼽힌다. 이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신중현의 아들이자 ‘서울전자음악단’ 신윤철이 기타를, ‘윈터플레이’ 이주한과 재즈평론가 남무성이 각각 편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성우 정형석의 가수 데뷔를 지원 사격하는 프로젝트 일환. 특히 곡 중반 이후 몽글몽글한 딜레이 이펙트 기타가 정형석의 휘파람, 뮤직비디오 시원한 바다와 겹쳐지는 순간은 나비 날개짓 같은 환각을 일으킨다.
성우 정형석이 가수로 출사표를 던진다. 19일 정오 싱글 앨범 ‘하얀 나비’,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 동시에 발표된다. 두 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남무성 작가는 뉴스토마토에 “라디오 인연으로 올드팝과 AOR(Adult Oriented Rock)에 관한 관심을 공유했다”며 “이후 작년 11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제 집에서 함께 음악을 듣고 계획을 세워갔다”고 밝혔다.
‘하얀나비’ 작업을 위해 저작권자인 고 김정호(조용호) 딸 조정선의 동의를 얻었다. 남 작가는 “처음엔 연락이 닿질 않아 예정 음원 발매일자를 포기할 뻔 했다”며 “끝까지 수소문한 끝에 조정선님과 연락이 닿았고 발매 이틀 전 힘겹게 리메이크 동의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 김정호 '하얀나비' 재해석한 성우 정형석 앨범. 사진/남무성 작가
다른 싱글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1993년 푸른하늘 유영석이 낸 곡을 재해석한 노래다. 원작자 유영석의 동의를 얻어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과 나팔(플루겔 혼)의 재즈 편성으로 원곡의 웅장함을 복각, 재현했다. 인트로 부분에선 에디트 피아프 ‘La Vie en Rose’ 네 마디가 흘러 나온다. 유영석이 어느 밤 보드카를 마시다 남 작가에 직접 전화로 제안한 것. 남 작가는 “유영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며 직접 제안했다”며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노래 없이 단순히 나레이션으로 펼쳐지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점이 일률적으로 정박에 있지 않아 의외로 까다롭다. 라디오 경험이 많은 정형석씨가 곁에서 러브레터를 읽어주듯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완성해 냈다”고 설명했다.
성우 정형석은 ‘난타’ 등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고 그의 아내이자 성우인 박지윤(KBS 성우 31기)와 ‘복면 가왕’에 함께 출연해 주목받은 바 있다. 최근 MBN ‘나는 자연이다’에서 편안하면서도 색깔있는 나레이션을 들려주고 있다. 남무성 작가는 ‘재즈 잇 업’, ‘재즈라이프’ 등 음악 만화를 펴낸 작가이며 가수 서영은,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 OST 등 음반을 프로듀싱한 바 있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 사진/남무성 작가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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