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대결 국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발만 동동’
"황망하다" "정부, 남북 공동선언 이행해야"
공단에 남은 자산 9000억원 수준…기업들, 간담회 통해 활로 모색
2020-06-18 15:11:54 2020-06-18 15:11:54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그동안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말을 아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충격에 빠졌다. 2016년 2월 북한 핵실험 이후 남쪽으로 내려왔던 입주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며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
 
18일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황망한 심경”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기도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우리 정부가 만든 면이 있다”면서 “남북 정상이 만나 4·27 판문점선언과 9·19 공동선언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아직 어느 하나 이행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대출로 간신히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사실 허탈감이 크다”면서 “우리 정부만 믿고 개성공단에 장비부터 여러 시설을 투자했는데 제대로 회수나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 기업 120여개가 개성에서 철수할 당시 남겨두고 왔다고 정부에 신고한 자산은 약 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고려한 것으로 그 외 투자 손실까지 따지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들은 조만간 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자치단체에 요구할 구체적인 지원책과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 측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 “하루 빨리 남북 관계가 회복돼서 우리 기업인들이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개성공단 입주기업현황판을 보며 폭파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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