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가 주식시장에서 불을 뿜으며 지난밤 1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연초 이후 147%의 주가 상승률이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기록한 연중 최저점 대비로는 183% 급등한 것이다.
우리 시간으로 11일 오전에 끝난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84.38달러(8.97%) 오른 1025.05달러로 마감했다. 2월2일 장중에 찍은 968.98달러까지 넘어선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이날의 주가 급등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전기 화물트럭 ‘세미트럭’의 대량생산을 언급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세미트럭은 당초 2019년으로 계획했던 생산이 미뤄지면서 생산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았던 차종이다.
이로써 테슬라 시가총액은 1901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현대기아차를 제친 것은 오래됐고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도요타(2158억달러)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당시 361달러까지 하락했던 테슬라 주가는 이후 다른 종목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등해 800달러까지 올라섰다. 이후 5월 말까지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6월1일부터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주가가 다시 랠리를 시작한 데는 중국 내 판매량 증가가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5월 중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모델3 판매량이 1만1095대를 기록,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이에 6월 판매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5월 미국 내 판매 성적도 양호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테슬라는 5월 미국에서 1만1000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5월에 비하면 감소했지만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 비해 양호했고, 4월보다는 늘어난 것이었다.
테슬라는 1분기 국내에서도 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한국GM을 제친 것이다. 테슬라는 1월에 138대, 2월 1433대, 3월 2499대를 판매, 국내 전기차 총 판매량(8831대)의 46%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슬라 전기차를 사겠다고 줄을 선 대기고객이 많기 때문에 테슬라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면 그에 맞춰 판매량과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출이 크게 증가할수록 이익률도 높아져 재무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테슬라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매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과 달리 이익 부문에서는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왔다. 그런 추세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매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도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제는 이익 규모가 매출에 맞춰 늘어나기만 하면 된다. 이 기간 자본도 계속 쌓이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만 파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Full Self Driving)을 7000달러에 옵션으로 넣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 가격을 연말까지 1000달러 올린 800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FSD를 구매하면 자동차선변경, 자동주차, 고속도로 자동주행시스템, 자동호출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머스크는 FSD 옵션이 10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FSD는 차량 내에서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OTA 방식이다. 애플이 아이폰의 OS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주는 것과 비슷한데, 돈을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새로 지은 설비에서 생산량이 증가하며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차종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FSD 옵션도 쏠쏠한 이익이 될 것이다.
문제는 성장 가능성에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매길 것인가인데, 그동안 과도한 주가 수준을 지적했던 의견들은 최근의 주가 급등으로 쑥 들어갔다. 이제는 주가가 10배 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말을 허풍으로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주가를 만족시키려면 몇 대의 전기차를 팔아야 하는지, 팔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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