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 "통신자료 열람권 보장 안돼"…정보통신망법 헌소 청구
"이용자 열람·제공 요구권 대상 불명확…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
2020-06-04 16:38:58 2020-06-04 16:38:5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현직 기자가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사유에 대한 열람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정보통신망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4일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청구서 제출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단체도 참여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김동훈 회장은 지난 2016년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경찰에 자신의 신상정보(통신자료)를 제공한 KT에 정보통신망법 제30조제2항 제2호(열람·제공·정정요구권)에 근거해 경찰이 자신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간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요청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KT를 상대로 통신자료요청서 열람제공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27일 대법원은 통신자료요청 사유 등은 정보통신망법상의 열람 제공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 결정했다. 대법은 김 회장의 위헌제청신청도 기각했고, 이에 김 회장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 회장은 청구서에서 "정보통신망법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3자 제공 현황에 대한 열람·제공 요구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규정이 불명확·불충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에는 통신자료제공요청서나 그 요청서에 기재된 내용(통신자료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이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열람제공 요구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열람·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 내지 항목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반해 통신자료제공요청사유(나 이를 기재한 통신자료제공요청서)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열람제공 요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동통신사의 해석이나 당해 사건 법원의 해석은 정보주체의 기본권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자의적 해석이 현실에서 가능한 상황은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불명확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불명확성으로 인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법 집행 기관의 자의적 해석·적용을 가능하게 하며, 그로 인해 청구인과 같은 정보주체는 특히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을 실현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요청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통신자료제공 요건이 추상적·포괄적이고, 통신자료제공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어떤 사전 통제도 없다"며 "사후적 권리구제 수단도 미비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입법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비밀에 제한을 가져오는 통신자료 제공제도를 입법하고, 실제로 그 제도에 따라 전국민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한 해 수백만건씩 수집하면서도 이를 법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둠으로써 그 오·남용을 방지하고 권리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러한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관련 법익을 형량해 보더라도 적절하 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한 것이며, 이로 인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등 단체는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시민사회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수집 제도의 오남용을 막고, 사법적 통제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 2008년 이래 진행해 온 민·형사, 헌법소송의 연장선에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한 결정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단체가 4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2호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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