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공지능(AI)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 2000조원 규모 시장, 4차산업혁명 주축인 AI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를 주축으로 한 GAFAM이, 중국은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를 주축으로 한 BATH가 중심이다. 이에 맞서 한국은 기업간 동맹전선을 넓혀 AI 플랫폼 확장에 나서고 있다.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의 AI 국가전략을 기반으로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3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AI에 대해 국가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정의했다. IBM은 2025년 AI 산업이 2000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AI로 인해 7000조원에 달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향후 30년 내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당장 AI 주도권은 미국, 중국이 쥐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AI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중국은 88%, 일본 86%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술은 81.6%, 기술 격차 기간도 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을 앞세워 AI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인력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선제적 투자로 민간의 자생적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규칙에 따라 산업별 AI 특화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자율차 분야는 바이두, 스마트시티 분야는 알리바바 등을 지정해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이 AI로 결집되는 것은 AI가 가진 확장성 때문이다. AI는 4차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꼽힌다. 모든 사물이나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로 만드는 것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을 수 있다.
3일 KT 광화문빌딩 이스트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AI) 1등 국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박일평 LG전자 CTO 사장, 전홍범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부사장,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 부사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이에 정부도 연초 AI 국가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AI 국가전략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30위인 삶의 질 영역도 10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 정책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AI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AI 걸음마를 뗀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키워 구글,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AI 인력풀을 공유하고, 데이터를 넓혀 플랫폼 자체를 키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ICT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 5세대(5G) 통신과 높은 교육 수준, 신기술 수용성 등 한국은 AI 강국이 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이것만으로 미국, 중국과 벌어진 AI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며 "우선은 인재, 데이터 공유와 협력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 키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날 LG전자, LG유플러스와 손을 잡고 AI 기술 경쟁력 강화와 AI 일등 국가 실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을 통해 △AI 역량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 기여 △보유 기술 및 인프라 공유를 통한 인공지능 역량 강화 △제품·서비스·솔루션 분야 인공지능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업성과 창출 △산·학·연을 연결하는 인재양성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우선 코로나19와 같이 전 지구적으로 도전 받는 팬데믹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LG유플러스의 통신 및 로밍 데이터와 KT의 데이터, 감염병 확산방지 노하우를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LG전자 제품과 AI 기술력을 결합해 감염병 확산과 위험을 방지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 향후 3사는 환경오염, 산업안전 등 사회문제 해결에 AI를 적극 활용, 힘을 모을 방침이다.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뭉친 AI 협의체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올해 초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단순 협력이 아니라 산업 경계를 뛰어넘는 초협력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박 사장은 당시 "기본적으로 AI는 초협력이 필요하다"며 "각사의 빅스비, 누구, 지니가 가지고 있는 것을 훨씬 더 크게 모아 규모가 생기면 AI 수준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구체적인 AI 협력 방안과 비즈니스 모델 등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AI 공동 음성비서, 사회 안전망에 AI를 활용하는 협력 등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