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오는 8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전매제한 시행을 앞두고 분양시장이 막바지 밀어내기에 한창이다. 투자자들도 이른바 로또 청약이 예상되는 곳으로 몰려가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6월로 분양이 확정된 인천시 부평 SK뷰 해모로도 그중 하나. 부평역과 부개역 사이, 부개서초 북측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다. 최근 부평역 앞 목련아파트를 재개발해 53가구를 일반분양했던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이 평균 252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이곳도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한라비발디 분양가는 전용면적 84㎡A형이 5억4900만~5억6000만원으로 3.3㎡당 1583만~1615만원이었으나, 부평SK뷰 해모로는 1800만원을 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가격이면 일대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된다.
부개역 인근에서 분양하는 재개발 단지 부평SK뷰해모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마주보고 있다. 그 뒤편은 2010년에 준공한 부개역 푸르지오. <사진/김창경 기자>
부평SK뷰해모로는 최근 청약일정이 확정됐다. 6월9일에 당해 1순위 청약을 받는다. 현장에 들어선 모델하우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출입할 수 없고, 대신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통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부평역 바로 옆 목련주택재개발 단지인 한라비발디 트레비앙.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영향으로 부평SK뷰해모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사진/김창경 기자>
하지만 올해 부평역 아파트 시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은 분양 단지가 아니라 34년이나 된 아파트다.
부평동아는 1986년 9월에 준공한 1차와 10년 후 들어선 2차 단지가 붙어 있다. 부평역에서 1㎞, 도보로 15분 거리다. 지난해까지는 10년 젊은 2차 아파트 시세가 높았는데 지금은 역전돼 부평동아1차가 주도하고 있다.
1호선 부평역에서 직통 열차를 타면 용산역까지 23분 걸린다니까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메리트다. 또 아직 먼 얘기지만 GTX-B 노선의 역사도 예정돼 있다. 또 미군부대 이전이 확정돼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부평동아 바로 옆에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런 호재가 일대 시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부평동아1차는 72㎡(전용면적 52㎡), 94㎡(76㎡), 103㎡(84㎡), 142㎡(122㎡)형 2475세대 17개 동으로 구성된 대단지다. 부평동아2차는 81㎡(59㎡), 106㎡(84㎡), 161㎡(134㎡), 197㎡(164㎡) 2128세대다.
부평동아1차는 전용 76㎡형 매물이 현재 4억5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 사이에 나와 있다. 전세가는 2억원 남짓이다. 전용 84㎡형 매물은 5억5000만~5억7000만원, 전세 시세는 2억6000만~3억원이다.
수리한 집이 2000만원 정도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도 30년 넘은 구축 아파트치고는 꽤나 높은 가격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단지와도 시세 차이가 과도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 바로 근처 부평대림아파트 30평형대 시세가 3억3000만~3억5000만원이니까 동아1차가 무려 2억원이나 더 비싸다.
심지어 도로를 사이에 두고 500미터 정도 떨어진 래미안부평과도 별 차이가 없다. 래미안부평은 2014년 9월에 준공한 1145세대 신축이다. 이곳 전용 84㎡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6억4000만원, 그 전의 매매가는 5억9000만원이었다. 34년 구축과 6년 된 신축의 시세 차이가 1억원도 안 된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만큼 이곳 주민들은 부평동아아파트에 대한 신뢰감이 커 보였다. 중개업소에서는 “동아가 먼저 오른 뒤에야 부평의 다른 아파트가 따라 오른다”고 설명했다.
부평역 일대 아파트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부평동아1차. 현지 중개업소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건축 조합 설립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사진/김창경 기자>
구축 아파트가 시장을 선도하는 배경엔 재건축 기대감이 있다. 부평동아1차는 용적률도 180%로 낮은 편이고, 지하주차장이 없어 대지지분도 다른 곳 동일 평형보다 많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서는 재건축 조합 설립은커녕 주민들 사이에서 공론화되지도 못했다고 한다. 당장 재건축 조합을 만들자고 덤벼도 실제 새 아파트를 완공하는 데까지는 10년 이상 걸리는데, 재건축 기대감만 있을 뿐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이다. 어느 동대표가 동의서를 받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돌 뿐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시세가 급등한 것도 재건축을 막는 요인이다. 관리처분인가가 나기 전 시세가 뛰면 분양가가 올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중개업소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재건축은 아직 멀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언젠가는 재건축될 것이고, 여기가 부평에서 제일 좋은 자리라 그때 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시세가)올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믿음이 지금의 높은 시세를 만든 셈이다.
그들의 설명처럼 언젠가는 재건축되겠지만 너무 멀다. 그러다 보니 실수요자나 투자자가 보기엔 애매한 가격대가 됐다. 멀리 내다보는 투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부평동아1차보다 시세가 싼 구축 아파트에서 키 맞추기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오는 일대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대장주’ 부평동아의 시세를 어떤 식으로 자극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마치 요즘 증시에서 거침없이 오르는 네이버, 카카오를 지켜보는 듯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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