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 자회사 출범에 해운업계 "절대 안된다" 반대 격화
설립 반대 시위 등 추가 대응 예고…"설립 계획 철회하라"
2020-05-18 06:01:17 2020-05-18 06:01:17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물류 자회사 설립을 놓고 포스코와 해운업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목적일 뿐 해운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으나 관련 업계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운업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본격적인 대응활동을 예고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올해 안에 그룹내 물류 통합법인 가칭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를 출범한다. 
 
포스코GSP는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니켈 제련회사), 포스코강판 등에서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100여명으로 구성된다. 
 
자료/포스코
 
포스코는 계열사별로 흩어진 물류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물류업무가 계열사별로 분산돼 판매, 조달의 지원 기능으로만 운영돼 물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의 물동량은 1억6000만톤, 물류비도 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결정하면서 해운·물류업계 반발이 거세다. 지금까지 포스코와 직접 거래했는데 앞으로 통행세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행세는 거래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자를 두고, 중간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며 "물류 자회사는 그룹내 분산 운영되고 있던 계약관리 기능을 기존 계약조건 그대로 이관하는 일이다. 물류파트너사들의 계약, 거래 구조는 변동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포스코의 해명에도 해운업계는 설립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8일 포스코본사 앞에서 물류통합법인 출범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또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19일 해운·항만·물류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반대 의사를 표명한 후 향후 대응 계획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이에 따라 포스코와 해운·물류 업계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지금은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선사간 운임 경쟁에 '치킨게임'이 붙었고 이를 버티지 못한 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하락하면서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500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철강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 원재료 철광석 가격은 80달러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감소로 철강재 가격은 떨어지는 데 철광석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포스코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대비 41.4% 감소한 70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3분기부터 이어온 1조원대 영업이익 기조도 작년 3분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실적은 하락세였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물류통합 법인을 세우면 보다 향상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효율성 제고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운업계가 생존 걱정에 물류 자회사 설립에 대해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 만큼 관련업계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것이 포스코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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