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달 들어 원격의료 관련주들이 불을 뿜고 있다. 다른 종목들처럼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가 회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고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저점 대비 상승폭도 2배를 넘는다.
이와 같은 강세는 코로나19로 병원 내 감염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정부가 기초적인 진단과 처방에 대해 한시적으로 전화, 온라인 진료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주가 랠리였다.
실제로 원격의료가 관련 단체의 반대와 의료법 개정이라는 큰 산을 넘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은 정부의 정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 또 하나의 예시가 됐다.
이처럼 정치가 재테크와 연결되는 지점은 정책에 있다. 또한 정책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공약이다.
빌 공(空)의 공약이란 농담에 거부감이 적을 정도로 말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을 실천했는지 들여다보는 유권자들이 점점 더 늘면서 과거처럼 허무맹랑한 공약도 줄었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공약이 이행되지 못해도 최소한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알리는 풍향계 역할로는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공약집은 재테크 참고서 같은 존재다.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며 거대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집을 통해 재테크 지도를 그려보자.
<출처: 더불어민주당>
혁신성장 핵심은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 육성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혁신 △공정 △포용 △안전 △평화라는 5대 핵심가치 아래 10대 정책과제를 담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재테크, 특히 주식투자에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는 첫 번째 ‘혁신’이다. 그 아래 ①혁신성장과 ②미래혁신이란 정책과제가 포함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4차산업혁명에서 성장의 활로를 찾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고, 제조업에 DNA(Data·Network·AI)를 접목해 디지털 전환과 산업지능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5G 통신기술은 물론 스마트 제조혁신은 스마트 산업단지 및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스마트공장 등이 포함된다.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다양한 테마와 섹터에 속한 종목들을 분류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스마트팩토리’로 검색하면 많은 관련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도 안되는 소형주들도 많은데 이들 중엔 정책으로 살짝만 밀어줘도 힘을 받아 치고 나갈 수 있는 곳들이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스마트팩토리 관련주로 같이 묶여 있어도 일반 기계장비 제조업과 ICT 관련 장비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밀어주는 분야라도 지금 당장은 전방산업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미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신산업(BIG3)이다. 우선 메모리반도체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기치 아래 팹리스, 파운드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연구개발(R&D) 중심으로 10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비·장비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미래차 분야에선 2030년 경쟁력 1위를 목표로 전기·수소차 전후방 연계산업(배터리, 수소연료전지, 차량용반도체 등)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바이오헬스는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키워 제약·의료기기 등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3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바이오 클러스터,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글로벌 바이오 생산허브를 구축하고, 관련 규제는 ‘이것만 빼고 다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며,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각각 다른 이유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이 어떤 결론이 날지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될 것이다.
‘소부장’ 300기업 키우기…주민센터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지난해부터 강조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산업 이른바 ‘소부장’ 경쟁력 강화도 계속된다. 소부장 핵심기술 조기확보, 규제개선, R&D, 인력양성, 테스트베드, 특화단지 등 전 주기 지원 강화가 주 내용이다. 협력 생태계 확산을 위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협력모델을 발굴하고, 향후 5년간 소부장 스타트업 100개사 → 강소기업 100개사 → 특화선도기업 100개사로 단계적으로 성장을 지원하게 된다. 또 100대 품목의 조기 공급안정을 위해 3년간 5조원 이상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혁신제품의 국내외 시장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한류 연계 제품 등으로 중소기업 수출을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런 공약들은 흐지부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신 범국민 소프트웨어(SW)·AI 교육을 위해 전국 주민센터 단위로 ‘SW·AI 복지사’를 도입하고 ‘SW·AI 교육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작은 공약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 또는 교육업체들에겐 큰 호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위해 미디어 생태계를 개선한다는 부분은 콘텐츠 제작 지원이 핵심이다. 국내 OTT 경쟁력 확보 등도 포함됐지만 넷플릭스, 디즈니 등 이미 글로벌 강자가 자리잡고 있는 곳에 명함을 내밀긴 어렵고 결국 콘텐츠 제작지원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드론·자율주행기술·스마트시티 육성 공약 중 스마트시티를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폐쇄회로(CC)TV망을 연계한 국민안전 통합플랫폼을 매년 30개씩 지자체에 보급하겠다는 내용은 코콤, 코맥스, 아이디스 등 관련주 투자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다.
이밖에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이나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등은 문재인정부가 여러 차례 반복해 강조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핀테크·디지털금융 혁신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 IT업체들이 금융업계 진입을 위해 틈새를 노리고 있는데 점점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은행 및 증권업 진출이 좋은 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의 협업도 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결제 등과 같은 부가이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호 공약’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 보급
두 번째 핵심가치는 ‘공정’, 그 아래 정책과제는 ③공정사회 ④정치개혁이다. 재벌 특혜,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나, 지주회사가 총수일가의 지배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손자회사의 주식보유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관심을 가질 부분은 세제개편이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투자자의 의견이 분분한데,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세 과세로 전환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양도세 과세로 전환한 후 주식과 편드, 금융상품 간 손익 통산을 허용할 방침이다. 거래세가 폐지되면 주식 거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수를 걱정해야겠지만 증권사에게는 좋은 일이다.
세 번째 핵심가치 ‘포용’(⑤균형발전 ⑥민생활력 ⑦포용사회)에서 관심을 가질 것은 균형발전 공약과,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도입, 청년·신혼주택 10만호 공급. 그리고 공공 와이파이(WiFi) 구축이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중 국도·지방도·도시철도·산업단지·공항 등 지역성이 강한 13개 사업(9.8조원)에는 해당 지역업체가 40% 이상 참여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고속도로·철도 등 광역교통망 건설엔 지역업체 참여율을 20%까지 의무화하고 20%는 입찰 시 가점으로 부여해 최대 40%까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지방 건설업체들에게 호재이기 때문이다.
공공 와이파이(WiFi)를 구축해 전국 무료 WiFi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은 통신장비 주가를 춤추게 할 만한 공약이다. 올해 총 1만7000여개 대중교통 및 교통시설에, 내년부터 2022년까지는 총 3만6000여 곳에 공공 WiFi를 구축하고, 매년 1만여 곳에서 네트워크 접속 고장, 보안기능 적용 등을 조사하고 품질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전국 무료 와이파이 구축’은 이번 총선의 1호 공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일회성 지원 아닌 트렌드에 주목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도입, 청년·신혼주택 10만호 공급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아파트든 상가든 매매는 압박하고 임대주택 보급은 늘리는 정책이다. 공약에 집주인이 반길 내용은 없다.
네 번째 핵심가치 ‘안전’은 ⑧안전사회 ⑨지속사회 공약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엿볼 수 있다. 미래차 등 저탄소 산업 육성과, 에너지 효율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업체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주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평화’와 ⑩평화안보는 신남방, 신북방 정책 등 외교 다변화가 핵심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내용이긴 한데, 이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의혹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공약에 포함된 내용들은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미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다. 일관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별기업의 실적에 의미 있게 반영되고 있지 않더라도 앞으로 관련 매출과 이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그 성격이 일회성이 아니라 트렌드라면 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책과 공약을 관심 있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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