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매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두고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만든 오피넷을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설명하는 내용은 그 주유소들의 판매가격이 왜 싼지를 설명하는 내용일 것이다. 오피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판매가격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땅값이다. 전국에서 유류 판매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많고 지역 직장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고, 이런 모든 것들이 땅값이 반영돼 있다.
지역 내에서 오래된 주유소들은 접근성이 좋은, 차량 통행량 많은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런 자리에서 기름을 파는데 판매량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 혹은 기대만큼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 주유소 경영자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차라리 그 자리에 건물을 올려 세를 받으면서 사는 것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곳들은 이미 건축업자들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는 주유소 자리에 건물이 들어선 데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여의도 매미 투자자들의 성지 에스트레뉴 오피스텔이다. 원래 SK주유소가 있던 자리다.
이런 주유소들은 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내야 해 판매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울 도심 혹은 오피스빌딩 밀집지역이나 비싼 아파트 모여 있는 동네에서 주유하지 말고 벗어나야 한다.
반면 전국에서도 대구시 주유소들의 판매가격은 가장 저렴하다. 면적에 비해 주유소의 숫자가 많은데다 산업단지가 많아 기름값에 민감한 화물차 고객 비중은 높은 탓도 있지만, 주유소들 사이에 가격할인 경쟁이 오랜 기간 이어진 탓에 이젠 당연시되고 있다.
대구처럼 화물차 고객이 많은 지역의 주유소들은 매출과 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유로 경쟁하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은 크게 낮춰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추이 <자료: 오피넷>
두 번째는 라인이다. 주유소들은 판매가격을 정할 때 경쟁 주유소들의 가격을 참고하는데 이때 경쟁관계는 거리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주유소들은 도로 맞은편에 다른 주유소가 있어도 실제로는 같은 진행방향 도로 위 수백미터 떨어진 주유소들과 경쟁한다. 차량의 운행 편의성 때문이다. 그래서 주유소들은 라인에 민감하다.
특히 도심을 통과하는 메인도로와 고속도로, 간선도로 진입로 라인에 있는 주유소의 판매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런 자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저렴한 주유소가 있다.
세 번째는 주유원 등 인적 서비스와 사은품, 포인트 적립 같은 물적 서비스의 유무다. 셀프주유소는 주유원이 있는 주유소보다 싸다. 주유원이 있는 주유소와 없는 주유소는 서로 리터당 30원 정도 차이를 인정해준다. 그 이상 벌어지면 가격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직접 주유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니까 이왕이면 셀프주유소를 이용하자. 간혹 도심에 있는 셀프주유소 중엔 더 비싼 경우도 있으니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주유원의 연령대에 따라 고령자인 곳은 싸고 젊은 주유원들이 일하는 곳은 비싸다. 주유원의 나이가 많다고 휘발유 옥탄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적 서비스는 선물에 약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포인트다. 생수든 휴지든 경품 추첨행사든, 무언가를 준다는 건 그만큼의 비용을 판매가격에 포함시켰다는 의미다. 포인트 적립도 마찬가지. 주유소에서 주는 사은품을 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용하며 포인트를 모으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주유소의 대표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그만큼 내가 돈을 더 지불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네 번째, 세차기다. 세차기가 있는 주유소는 더 비싸다. 특히 문형식보다는 터널식 세차기를 설치한 주유소가, 국산보다 외국 제품이, 설치 시점이 최근일수록 기름값도 비싸다. 세차기는 일종의 호객을 위한 도구로 역할한다. 세차 그 자체로도 돈을 버는 유외사업 아이템이지만, 세차기 때문에 유입되는 차량들이 많아 주유소 경영자가 직접 세차사업을 영위하지 않더라도 외부 사업자를 들여서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주유비를 먼저 생각한다면 굳이 세차기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요즘엔 주유를 해도 몇천원씩 세차비를 받는 곳이 많다. 기름값 싼 주유소에 다니면서 세차는 셀프세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주유소 중에는 운전자 시야에 입간판이 보이지 않게 세워놓아 가격을 모른채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 뉴시스>
다섯 번째로 정유사 직원이 경영하는 직영주유소보다 일반인이 경영하는 자영주유소가 저렴한 편이다. 특히 지방에서 그렇다. 직영주유소는 정유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매출과 함께 정품, 정량 등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자영 주유소들은 이에 비해 이익에 조금 더 몰입하는 편이다.
또한 자영주유소 경영자들은 지역 내 직영주유소들이 높은 판매가를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 직영이 자영보다 싸면 당장 거센 항의를 받게 된다. 자영주유소들은 정유사들에게 큰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다. 그래서 자영주유소가 조금 더 저렴한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자영주유소들 중엔 거꾸로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비싸게 받는 곳도 있다. 비싸게 받으면 고객 수는 줄어들지만, 마진이 두 배 남으면 남들보다 차량이 절반만 와도 전체 이익이 같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일이 줄어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신경 써서 응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런 주유소들은 가격을 안내하는 입간판을 눈에 잘 띄게 세워둔다는 특징이 있다. 법 때문에 안할 수는 없어 입구에 놓기는 하는데, 차량이 진행하면서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게 세워둔다거나 가로수에 살짝 가리게 배치해 운전자가 확인하지 못한 채 일단 진입하도록 만든다. 판매가격을 확인하고 다시 나가는 차량도 있지만 둘 중 하나만 주유해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멀리 입간판이 안 보이는 주유소를 발견했다면 그냥 지나치기 바란다.
부지가 넓은 주유소 중에도 가격이 저렴한 곳이 많다. ①에서 설명한 것처럼 넓은 부지 밑엔 많은 유류 저장탱크가 매설돼 있다. 저장용량이 클수록 사입 경쟁력이 커진다. 사입 경쟁력은 곧 판매가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주유비를 아끼는 데 단골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주유소에게 도움이 될 뿐이다. 단골이 되길 거부하고 주기적으로 동선 내에서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옮겨 다니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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