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건설산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주택 먹거리를 책임지던 정비사업은 사업 일정을 늦추고 있다.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가 늘면서 해외 수주를 위한 영업도 어렵다. 유가하락까지 겹쳐 중동발 수주도 난맥이다. 먹거리 문제뿐만이 아니다. 준비 중인 분양현장도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로 건설산업에 악재가 겹치면서 단기적인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다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전방위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어려움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일감난에 분양난까지 사면초가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하소연처럼 건설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일감난이 더 심각해졌다. 국내 주택에서 물량 다수를 차지하던 정비사업은 조합이 일정을 미루고 있다. 총회와 같은 절차를 밟아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을 진척시켜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조합원 다수가 모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용산구 한강맨션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9일 계획한 정기총회를 연기한 바 있고 서초구와 송파구에서 조합창립총회를 준비하던 일부 재건축추진위원회도 일정을 미뤘다. 한남3구역도 이달 예정돼 있던 정기총회를 늦췄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유예를 연장하면서 증산2구역과 수색6·7·13구역도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에 건설사들은 당분간 정비사업 주택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상반기 수주가 힘들어져 하반기에 일감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수주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먹거리 확보가 여의치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유력해지면서 유가가 붕괴한 탓이다. 두바이유는 현재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유가 하락은 중동 발주 물량의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설령 발주가 나온다 해도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에 나서기가 어렵다.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제한을 두는 국가는 174곳이다. 이 중에는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등 국내 건설사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 중동 국가 다수가 포함돼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지 조사와 현지 업무회의 등 수주를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입국금지로 해외 수주에 애로사항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외 일감난이 심각해지는 중에 국내 분양물량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견본주택 개관이 어려워지면서 마케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수도권이나 일부 지방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은 온라인 견본주택만 운영해도 준수한 분양성적을 거두지만 지방 등에서 공급을 계획 중이던 건설사들은 분양을 연기하면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달 초 계획된 물량 1만3789가구 중 실제 공급된 건 36.7%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방 분양을 진행하긴 쉽지 않다”라며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인 건설사들은 경영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주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할 수 있고 분양지연으로 이자 부담을 더해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면서 경영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사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연관되는 산업이 많고 경제 생산 효과가 높은 건설산업 특성상 건설 경기가 가라앉으면 경제 둔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다”라며 “건설이 죽으면 코로나19로 위기가 커진 국내 경제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문객이 적어 한산한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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