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로 국내 경제 둔화가 예상되지만 부동산 경기는 아직 굳건하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청약 시장도 후끈하다. 건설사들이 전염병 대책으로 사이버 견본주택을 시도하는 한편, 오프라인 견본주택도 여전히 마스크를 낀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다만 지역과 건설사별로 분양에 차질을 빚을 우려는 상존한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열지 못하면 마케팅 효과가 떨어질 것에 대한 염려다.
26일 관계 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전염병 탓에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기피되고 있지만 청약 시장은 별개다. 청약 시장 열기가 계속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이버 견본주택만으로 분양한 첫 사례인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지난 2월18일부터 20일까지 청약접수한 결과, 평균 경쟁률은 145대 1을 찍었다. 동아토건이 이달 공급한 ‘의왕 오전 동아루미체’도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인천에서 공급된 ‘구월 뷰그리안’도 1순위에서 청약 접수를 마쳤다. 전염병 우려가 높았으나 인기 단지 분양은 기우였던 셈이다.
견본주택 현장을 찾는 방문객들도 거리낌 없다. 지난 21일 문을 연 부산 ‘대연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는 3일간 1만7000명이 방문했다. 경기도 양주옥정 신도시와 충남 금산군에서 개관한 견본주택에도 3일간 각각 1만8000명, 1만2000명이 찾았다.
매매 시장도 경색되지 않았다. 이달 셋째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국의 시·도 대다수 지역에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17개 시·도 중 지수가 하락한 곳은 경북과 제주 단 두 곳에 그쳤다. 일부 지역은 오름폭이 전 주 대비 커지기도 했다. 경기와 인천은 상승폭이 각각 0.03%포인트, 0.19%포인트 높아졌고 대전과 세종도 0.22%포인트, 0.7%포인트 올랐다.
아파트 매수자가 늘어나면서 매도자 우위도 보인다. KB리브온이 집계한 결과, 전국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부터 올라 지난 17일 77.5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103.6을 찍었고 경기 역시 1월부터 지수가 상승해 99.7을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숫자가 커질수록 매수자가 많아진다는 걸 나타낸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 발병 38일만에 1000명을 넘는 등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지역이나 건설사별로 분양을 미루는 곳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이버 견본주택 운영을 권장하는 가운데 아파트 시장에 관심이 덜한 지역은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통한 대면 영업이 제한되면 마케팅 효과가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현장 영업이 어려워지니 다음달 지방에서 분양을 준비하던 곳들은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확진자가 다수 나오는 대구·경북 지역이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이달 대구에서 분양 예정이던 ‘반월당역 서한포레스트’는 코로나19 때문에 다음달 초로 일정을 미뤘다. 다음달 대구에서 3개 현장을 공급할 계획이던 현대건설도 분양 연기를 논의하고 있다.
장기적인 매매거래 시장은 전망이 엇갈린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제 활동이 둔화할 것으로 보여 매매 시장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심사 자체가 부동산보다는 코로나19 예방에 쏠리는 데다 분양 열기가 가라앉는 등 진정 국면이 나타나 대기수요로 전환하는 수요자가 늘고 매매심리도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둔화로 아파트 시장이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여지가 많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제 둔화 우려로 기준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파트가 안전자산이란 인식도 강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옥정 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견본주택이 마스크를 착용한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유림E&C
서울 강동구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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