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부작용 확인 없이 투여해 환자 사망…대법, 유죄 확정
의사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벌금형 판단 유지
방사선사 의료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도 확정
2020-02-21 12:00:00 2020-02-21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영상진단 시 대상을 더 뚜렷이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의 의료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조영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도록 한 의사와 방사선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조모씨에게 벌금 2000만원, 방사선사 이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와 병원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조씨와 이씨는 지난 2014년 1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A씨에 대해 CT 검사를 진행하면서 조영제를 투여해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2012년 11월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검사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실이 있었고, 해당 병원에서는 온라인 시스템에 의료정보가 등록돼 환자 이름을 검색하면 팝업창을 통해 조영제 부작용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당시 의사가 아닌데도 조영제를 투여하는 등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고, 병원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조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 병원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조씨 등의 업무상과실 혐의에 대해 "피해자에게는 조영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사실이 있었던 점, 병원 측에서는 담당 의사 등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도록 팝업창을 띄워 주기까지 했던 점,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업무상 과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방사선사인 피고인이 환자의 신체에 조영제를 투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2심은 조씨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조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피해자의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조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방사선사로서 조영제 주입기를 작동한 피고인의 행위는 의료기사법에 의한 것이어서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며 1심판결을 뒤집어 이씨에게 벌금 300만원, 병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조영제의 양과 종류, 투여 속도는 검사의 목적, 연령대 등을 고려해 영상의학과 의사가 사전에 정해놓은 조영제 주입 프로토콜에 따라 결정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복부 CT 검사 당시 조영제 투여량 프로토콜에 따라 피해자에게 조영제 100㎖가 초당 2㎖의 속도로 주입되도록 했는데, 피해자는 키 약 165㎝, 몸무게 약 70㎏의 성인 남성으로 조영제 주입량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방사선사가 조영제 주입기로 조영제를 주입하는 것은 의사가 결정한 조영제 양이 주입된 조영제 주입기를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가 단순히 버튼을 조작하는 행위만을 하는 것으로 이는 방사선사의 업무 범위 내에 속한다. 의사가 조영제 처방과 프로토콜 설정에 관여했다면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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