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가 13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에도 현대건설은 수주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수주 금액이 2018년 대비 31% 줄었지만 현대건설은 3배 이상 뛰었다. 원래 해외 사업에 강점이 있던 것과 더불어 중동과 아시아 등 주력 시장에 집중하고 발주처와 신뢰를 쌓은 점이 성공 비결로 평가된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해외 계약 금액은 약 41억6161만달러(약 4조9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 계약 금액인 13억1000만달러(약 1조5543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낙찰의향서를 받은 이라크 해수처리 시설 등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수주 건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해외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던 점과 비교하면 현대건설의 수주는 두드러진다. 업계 전체의 해외 계약 금액은 223억달러(약 26조4000억원)를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31% 줄었고 1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건설이 이처럼 독주할 수 있었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발주처와 신뢰를 다진 게 주효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를 견인한 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확보한 27억5100만달러(약 3조2600억원) 규모 마잔 개발 프로젝트의 영향이 컸는데, 이 사업의 발주처는 이전에도 현대건설에 일감을 맡겼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다. 사우디 우쓰마니아 지역에서 현대건설이 에탄 회수처리시설 공사를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입증 받고 믿음을 심었다는 설명이다.
과거 해외 사업에 힘을 쏟으며 실적을 쌓았던 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현대건설이 주택 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 매출 비중이 늘었지만 그 전에는 해외에 무게를 더 실었다.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출의 50% 이상을 꾸준히 해외에서 채웠다. 수주잔고 역시 2017년까지 해외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중동, 아시아 등에서 토목과 건축, 플랜트 등 실적을 축적해왔는데 유사한 공사 실적들이 주력 시장 공략 시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정진행 부회장의 역할도 거론된다. 현대차 중남미지역본부장, 기아차 아태지역본부장 및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거치며 쌓은 해외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수주 개선에 힘이 됐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여러 강점들을 잘 활용한 점이 지난해 수주 성장에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지역에 위치한 에탄 회수처리 시설. 사진/현대건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정진행 부회장(둘째줄 왼쪽에서 5번째)이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공사 현장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