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지역의 국회의원 컷오프(공천배제) 여부 심사에 활용될 여론조사가 5일부터 시작되면서 의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경북 지역 물갈이'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 지역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공관위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고향 출마'를 고수하면서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4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 지역 물갈이를 한다고 난리인데 미리 짜놓고 하는 물갈이는 반대한다. 인위적으로 몇 %씩 물갈이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그런식으로 하면 앞으로 누가 당에 있겠나.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가 이제 와서 70%, 80% (컷오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역대 선거에서 이런 문제가 공천 파동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며 "컷오프 비율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구 지역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당 공관위는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을 50% 이상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한국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은 컷오프 비율을 높게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또한 이 지역 현역 컷오프에 2018년 6·13 지방선거 결과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를 반영할 경우 최대 70~80%까지 컷오프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관위의 이같은 방침에 해당 지역 의원들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기준 없이 지역을 정해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는 불만이 폭발해 집단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원총회에서는 "왜 우리를 죄인으로 만드는가", "대표 지지율은 당 지지율보다 높은가"라는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황교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만나 이들의 우려를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당이 대구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공관위에도 이런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가 경남 고향 출마 의지를 나타내면서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는 이들의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황교안 대표가 출마지도 못 정하면서 무조건 중진들의 희생을 강요하면 되겠나"라는 불만만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 김 전 지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출마 지역에 대한 황 대표의 지지부진한 태도가 이들 지역 의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 스스로 살신성인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니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관위는 이러한 당내 상황을 감안해 5일 황 대표 출마 지역을 결론내기로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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