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판중심주의 따라가지 못했다…수사 변화시키자"
상반기 검사 전입식서 재판 운영 시스템 변화 따른 수사 강조
오는 4·15 총선 대비 수사 역량 집중·선거사범 처리 당부도
2020-02-03 15:57:58 2020-02-03 15:57:5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피의자신문조서를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한 검찰의 관행을 지적하고, 수사권 조정에 관한 변화에 맞춰 수사 방식을 개선하자고 당부했다. 올해 관련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상반기 검사 전입식에서 윤석열 총장은 "최근에 검찰 개혁과 관련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상반기에는 각종 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그러나 사실 오래전부터 법원의 재판 운영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검찰이 과거부터 해 오던 조서 재판이란 것을 벗어나지 못해서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란 재판 운영 시스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수사는 기소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며 "이와 같은 재판 시스템의 변화, 형사 법제의 개정과 함께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재판을 준비하는 수사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만들어갈지 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검은 이렇게 제·개정된 형사 법제와 재판 시스템의 변화에 발맞춰 세밀하고, 구체적인 수사 방식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선에 계신 여러분도 대검과 이런 생각들을 많이 공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경찰과 같게 변경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가 법정에서 검찰의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경찰과 마찬가지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법정에서의 조서 증거 능력은 그동안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윤 총장은 오는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해 수사 역량을 집중하자고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올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되므로 선거법을 집행하는 검찰로서는 수사 역량을 집중해서 선거사범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러분 중에는 선거 업무를 전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선거 업무와 무관한 수사를 담당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마는 검찰의 수사 역량을 선거 사건에 집중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반 사건에도 부담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검찰이 다 같이 나눠야 할 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업무란 것이 일이 많아서도 힘들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것을 잘 극복하면서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힘의 원천은 검찰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즐거운 직장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상하 주변의 동료, 선후배 또 직원들과의 관계를 잘해 주시고, 여러분이 늘 솔선하고 희생하는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오는 4·15 총선 대비 전국 지검장(18개청)과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59개청)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윤 총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단위 검사장급 회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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