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제개편안…형사부·지방청 "방향 맞다" vs 직접수사부 "반발"
"불만 피부로 와닿지 않아…큰 수사만 있는 거 아냐"
"직접수사부 정말 중요…정치권력 수사 엄정히 이뤄져야"
2020-01-19 12:00:00 2020-01-19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무부가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 개혁을 위해 추진 중인 직제개편에 대해 중앙지검 해당 부서 검사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사부·지방청 검사들은 개편안의 취지를 공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돌아가고 있는데 중단될까 봐 우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한 검사들이 반기지는 않겠지만, 개편안의 방향 자체는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서울중앙지검 등 인지부서에 속한 검사는 부서가 없어지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그러한 얘기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부 검사나 지방청 검사의 경우에는 그러한 불만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공감하는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민생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직접수사는 줄이는 것이 맞다"며 "검찰에 큰 수사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라면 개편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미제 수사를 처리하고, 재판도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형사부 소속 검사는 "일선 청별로 업무량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진단이 필요하다"며 "부서를 늘리는 것과 함께 수요에 맞게 배치하는 인력 배분 문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일부 형사부에서는 사건을 이른바 '덤핑 처리'한다고 할 정도로 일이 많다"며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도 이어지면서 공판부도 과로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오는 21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직접수사부서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개편으로 법부부는 그동안 표적 수사 등으로 지적을 받은 직접수사를 줄여 민생에 관련된 사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직접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직제개편안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은 지난 14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남기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이번 개편안에 따라 형사부로 전환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지난 16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총장의 지난해 7월 취임사 구절 중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직제개편을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부장검사들도 "직접수사부서들이 정말 중요하고, 지검장님이 지켜주실 것으로 믿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아직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부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경찰과의 관계에서 수사권 범위에 대한 부분을 정리하고, 검찰의 형사부 기능을 먼저 고려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의 경우에는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데, 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를 자제해서 정치 권력에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등 3개 청을 제외하고 특수부를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후 즉시 공포·시행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73년 대검찰청에 설치된 이후 약 45년간 사용한 특수부의 명칭도 현재의 반부패수사부로 변경됐다.
 
지난 특수부 폐지 내용의 직제개편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법무부 발표 이후 대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6일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에 공감한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담부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대응을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후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번 직제개편안도 발표한 만큼 법무부의 안대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의 개편안대로라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형사부로,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각각 전환된다. 전환되는 공판부는 현재 사법농단 공판 담당인 특별공판 2개팀을 산하로 편성하는 등 직접 관여 사건 위주의 특별공판부로 운영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 1개와 외사부도 형사부로 전환된다. 
 
대검찰청이 존치 의견을 밝힌 전담범죄수사부는 3개 부서가 형사부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등 3개 부서가 전환 대상이다. 비직제 수사단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폐지해 기존 사건을 금융조사1·2부로 재배당하고, 공판부로 전환해 직제화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생과 관련된 형사 사건이 신속하고 충실히 처리돼야 국민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현재 형사부의 검사 인원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형사 사건의 처리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며 "또 공판부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공판이 충실하게 이뤄지기 어렵고, 공판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확정과 죄질에 상응하는 양형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워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층별 안내판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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