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의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투명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난민을 위한 ID를 부여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블록체인이 실제 쓰이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기부 참여율은 2009년 32.2%에서 2011년 36%로 상승하다 2013년 하락세(34.5%)로 바뀐 후 2017년 26.7%까지 떨어졌다. 기부 유경험자 중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에서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답이 두 번째로 많았으며, 기부참여 확산을 위한 개선사항으로는 기부자·비기부자 모두 기부단체의 투명성 강화를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기부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부를 하라'의 강제적인 구호가 아닌, 기부를 하지 않는 핵심 이유인 신뢰의 문제를 해결해 기부를 유도하는 넛지 효과로 볼 수 있다.
중소 IT기업인 이포넷은 국내서 가장 활발하게 블록체인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이다. 이포넷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2019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선정된 바 있다. 최근 국내서는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인 체리(CHERRY)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부단체를 선택해 기부금이 모금되고 최종 전달되는 등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위·변조 되지 않는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서만 기부금이 자동 전달돼 기부금 유용의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포넷의 이수정 대표. 사진=이포넷
대기업인 SK㈜ C&C의 경우 암호화폐(가상자산) 리플을 기반으로 SVD(Social Value Donation) 코인을 개발하는 한편,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부 플랫폼 '따뜻하게 체인지(chainZ)'를 오픈했다. SK그룹 임직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1SVD는 1원과 동일하게 환산되는 스테이블 코인 방식으로 알려졌다.
DID(Decentralized ID·탈중앙화 신원증명) 또한 블록체인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기술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기업 코인플러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 공식 ICT 프로젝트인 R-Project와 DID 기반 난민ID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 말레이시아 기반 2000여명의 로힝야 난민들에게 DID 플랫폼 기반 모바일 ID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난민의 경우 정부 또는 비정부 조직에서 부여하는 신원증명 체계가 없어 의료, 행정, 금융 등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에 접근이 불가능한데, DID 서비스가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블록체인의 첫 구현 사례인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배재됐던 이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였던 것처럼 블록체인의 사회적 가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개념도. 사진=픽사베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