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냐 서비스냐"…항공 마일리지 둘러싼 '동상이몽'
마일리지 개편안 '시끌'…화난 소비자 '공동 소송' 시동
2020-01-06 06:02:13 2020-01-06 06:02:1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마일리지 사용을 두고 항공사와 소비자 간 대립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개편안을 내놨지만 마일리지를 '재산'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반발하면서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5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법무법인 태림은 지난 2일부터 대한항공 공정위 고발을 위한 참여 인원을 모집 중이다. 태림에 따르면 모집 이틀째인 3일 기준 약 100명 안팎의 참여자가 소송을 위한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은 마일리지를 소비자와 항공사가 각각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소비자는 마일리지를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고 특정 항공사를 이용한 것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라고 여긴다. 즉 노력으로 쌓은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처럼 필요할 때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놓고 이제 유효기간을 두겠다는 것은 권리 침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소비자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한 소비자는 화난사람들 게시판에 "연회비가 높아도 오로지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신용카드를 사용해왔다"며 "비싸더라도 마일리지 때문에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너스 항공권 마일리지 공제율을 높이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일종의 '덤'이나 '서비스'로 여긴다. 이 때문에 유효기간을 도입해도 소비자 권리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다.
 
항공사가 유효기간을 도입하게 된 것은 외항사와 저비용항공사(LCC)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석 고객을 중심으로 '단골'의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사를 우선시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항공사와 관계없이 저렴한 티켓을 쫓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 가운데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는 없애고 싶은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출국 체크인 카운터. 사진/뉴시스
 
해외에서도 마일리지를 둘러싼 소비자와 항공사 간 대립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1995년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마일리지 사용 기준을 까다롭게 바꿨는데 이에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미국 법원 판결에 따라 합의금 1억 달러를 약 400만명에게 지급했다.
 
국내에서도 200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LA 왕복 비행기표 구매기준을 기존 5만5000마일에서 7만 마일로 올리며 공정위 시정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가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약관의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번 소송 또한 변경되는 마일리지 약관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약관 규제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정하지 않은 약관은 무효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우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공정위는 2003년 판결 때 마일리지는 독립적인 경제 가치를 지니며 거래의 직접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변경 약관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홈페이지 공지 또한 약관의 일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 인원에 상관없이 1월 말께 고발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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