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앵커]
표창장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단이 고성과 함께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수사담당인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 총 아홉명의 검사가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부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법조팀 왕해나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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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왕 기자. 어제, 재판 상황 먼저 정리하고 가죠.
[기자]
지난 19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관련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서로 고성까지 주고받으며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한 부분은,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되돌아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표창장 위조 사건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데 대해 검찰이 이의를 신청한 내용이 공판조서에 누락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후 재판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곧바로 검찰에서 이의제기에 나섰습니다. 공판에 출석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접 의견 진술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돌아보겠다고 말했고, 공판조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으라"고 제지했습니다. 이후 3명의 검사가 번갈아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 진술 기회를 왜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재판부는 "앉으라"고 반복해 지시하는 상황이 10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이후로도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수시로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가 기각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변호인 측은 "공판중심주의 대전제는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을 전제하는데, 30년 재판을 했지만 이런 재판은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왜 그런 사태가 벌어진거죠?
[기자]
지난 기일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자 검찰이 표창장 위조 혐의를 두고 추가 기소를 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형국입니다. 지난 10일 열린 정 교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존 공소장과 검찰이 변경 허가를 요청한 공소장을 견주며 "사건의 공범과 범행 일시, 장소, 범행 방법 및 행사 목적이 모두 달라졌다"고 보고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하나하나 공소장 불허 이유를 밝혔는데요. 검찰은 첫 기소 당시 정 교수의 공범을 ‘성명 불상자’라 기재했으나 추가 기소 뒤에는 정 교수의 딸 이름을 명시했습니다. 범행 시기도 기존 공소장에는 2012년 9월로 기재했으나 변경 요청한 공소장엔 2013년 6월로 바꿨습니다. 범행 장소 역시 동양대가 아닌 정 교수의 주거지로 수정했습니다. 표창장 위조 목도 종전 공소사실에는 국내 유명대학 진학목적이라 기재했지만 변경 후에는 서울대 제출 목적으로 특정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뉴시스
[앵커]
그때 검찰이 기존 공소를 취소하고 새로 추가 기소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았나보죠?
[기자]
네 당시 공소장 변경이 불허되자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고 추가 기소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요. 근데 검찰은 기존 공소를 유지하고 추가 기소를 했습니다. 표창장 위조라는 혐의에 대해 두 건의 재판이 걸린 겁니다. 공소장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기소로 재판을 진행하는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개의 사건을 두고 검찰 스스로 기존 공소사실이 부정확하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에 이어 추가기소까지 하면서, 앞선 공소를 유지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처음 보는 상황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문서는 하나인데 시점과 주체를 달리해서 기소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첫 기소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로 무리하게 진행했는데 공소를 취소해버리면 기존 기소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니까 외부의 검찰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과 재판부의 다툼,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검찰이 이의제기를 하면 재판장이 어느 정도 들어주고 재판장이 제지를 하면 검찰도 받아들이는 게 통상적이라고 합니다.
검찰과 재판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각자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인데요. 검찰은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이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본 게 재판 기사가 나갈 때마다 판사를 욕하는 댓글과 옹호하는 댓글로 나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법세련)는 "송인권 판사의 공소장 변경 불허 행위는 명백히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면서 판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기소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차원인 듯합니다. 첫 기소에 대해서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급하게 기소했고 때문에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같은 문서에 대해 다시 기소한다거나, 같은 문서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등의 후행 행위는 첫 번째 공소제기에 공직자의 취임을 방해하기 위한 그릇된 의도가 있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검찰이 추가 기소한 건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표창장, 사모펀드, 입시비리는 모두 형사합의25부가 심리합니다. 법조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검찰이 처음 기소한 사문서 위조 건은 증거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나거나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공소권 남용에 의한 공소기각' 판결 선고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2개의 기소로 항소심까지 간다는 방침인 듯 합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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