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대자보·포스트잇' 전쟁
"논리 안되니까 대자보 훼손하는 것"vs"한국 사람과 뭔 상관이야"
2019-11-21 14:55:10 2019-11-21 14:55: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학가가 홍콩 시위에 대해 지지 움직임을 표명하면서 중국인 유학생과의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21일 오후 1시 전후에 방문한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경관 후문에는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시위에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이 개진됐다. 유학생들의 대자보 훼손에 대한 총학생회의 경고 공고문, 홍콩 지지 대자보와 포스트잇들을 보존하기 위해 덮은 비닐 커버도 눈에 띄었다.
 
캠퍼스에서 후문으로 나가는 길은 폭이 수 미터로 협소한데, 근처에 상권이 발달해 있어 점심 식사 때문에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지나가면서 대자보들을 '스캔'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서 들여다 보는 경우도 잦았다.
 
박가은 학생(24)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논리로 안되니까 대자보를 훼손하는 느낌"이라며 "왜 저렇게 중화사상에 경도되고, 귀기울여 듣지 않을까 한다"고 탄식했다. 이어 "홍콩에서 사상자가 많이 나와서 안타깝지만, 한국 정부도 중국 눈치 봐야하는 마당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우리나라 70~80년대 같아 지지하고 응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21일 경희대 청운관 로비의 게시판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경희대 정문 입구에 있는 청운관 내부에서는 '포스트잇 전쟁'이 벌어졌다. 의견 개진을 위해 포스트잇과 볼펜 등이 구비돼있어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적어 붙였다. '시대혁명 광복홍콩', 'Democracy to HongKong(홍콩에 민주주의를)' 등 응원 메시지가 있는가 하면 '민주≠폭행', "한국 사람과 도대체 뭔 상관이야"라고 불쾌해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메시지도 보였다.
 
중국인 유학생 A씨는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며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은 폭동이지 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캠퍼스 내에서 갈등이 벌어지자 분쟁 소지를 없앤 곳도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19일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한다며, 교내 호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등 7개 단체 소속 한국외대 대학생들은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홍콩 운동에 대한 지지 입장 표명을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한국외대 학교 당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적 의견 개진과 토론을 장려하고, 폭력을 막는 게 교육기관의 의무인데도 무책임하게 의무를 방기했다는 내용이다.
 
한편 올해 대학들의 유학생 16만165명 중 중국인은 7만1067명으로 4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에 비해 1만6042명이 늘었지만, 비중은 28.1%P 줄어든 수치다.
 
21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홍콩 시위 지지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간이 게시판에 붙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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