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합병 이후 적발된 한화에너지의 담합 등으로 떠안은 수백억원대 손해 일부를 김승연 한화그릅 회장 등 한화계열사들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2002년부터 이어진 소송이 17년 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시철)는 현대오일뱅크가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재파기환송심에서 "85억여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권 이전에 앞선 사유로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 자산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이는 원고가 입는 손해"라며 '한화에너지의 담합행위 결과 부담하게 된 과징금과 손해배상금, 벌금, 소송비용 등 우발채무액 전부'를 현대오일뱅크의 손해로 인정했다. 다만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위해"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한화에너지를 사들였으나, 이듬해 담합 혐의가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47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1년 뒤엔 또 군납유류 입찰 담합으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2억원의 약식명령도 받았다. 이를 모두 떠안은 현대오일뱅크는 변호사 비용과 벌금 등 33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계약서상 '한화에너지의 행정법규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배상한다는 진술·보증 조항'이 근거가 됐다.
송사는 대법원을 두 번이나 거치며 17년간 이어졌다. 1심 땐 공정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취소소송과 국가의 손배소가 확정되지 않아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원 등 총 8억2730만원만 배상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선 국가와 손배소가 걸린 군납유류 담합 사실은 현대오일뱅크도 인수합병 전 알았다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진술·보증 조항'에 위반사실 인지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시 열린 2심은 "손해액 입증이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인정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과징금 및 소송비용 등 우발채무 전부가 손해"라면서 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되돌려 보냈다. 이에 마지막 2심 재판부는 배상액을 95억여원으로 정했으나, 2차 파기환송 당시 인용된 10억원은 제외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입구.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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