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시장에서 장사로 성공한 비법, 지방의 우량 기업에 취업한 성공기, 구의회 의원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공약. 이러한 아이템은 중앙 방송에서는 대부분 다루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이다보니 전국적으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렵다. 전국 단위 방송으로 시청률을 확보해 광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중앙 방송사들에게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각 지역의 케이블TV 방송사(이하 케이블 방송사)들은 이러한 지역 특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주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콘텐츠로 제공해 그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지역성을 지키는 것이 케이블 방송사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은 어려움에 빠졌다. 강력한 모바일 결합상품을 내세운 통신사들의 인터넷(IP)TV 가입자 수가 이미 케이블TV를 넘어섰다. 이런 와중에 통신사들은 케이블 방송사 인수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방송사 1위 CJ헬로의 인수를,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방송사 2위 티브로드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전국 단위 사업자인 IPTV가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지역성이 지켜질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본지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어떤 지역 특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향후 지역성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 진단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케이블 방송사들은 권역별 사업권을 얻어 방송 사업을 한다. 허가받은 방송 권역 내에서만 영업과 방송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1995년 케이블 방송을 출범시키면서 당시 77개 모든 권역에서 지역채널을 의무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케이블 방송사들이 지역 특화 콘텐츠를 생산해 주민들에게 사랑받아야 생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각 케이블 방송사들은 항상 지역 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CJ헬로가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인 '지금은 로컬시대'는 대표적인 장수 지역 프로그램으로 지금껏 총 1675회 방송됐다. 각 지역의 이색 행사나 음식을 소개하며 지역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방영한 '교육 1번지 목동 엄마 따라잡기'도 대표적인 지역 특화 콘텐츠다. 서울에서도 대표적으로 교육열이 뜨거운 목동의 지역적 특색에 착안, 목동 엄마들을 초대해 일상 속 자녀 교육 노하우를 전파했다. 방송은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로부터 공감을 얻어 시즌2까지 제작됐다. CJ헬로 부산방송은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자갈치 시장에 주목한 '자갈치 아재들의 생존비법' 방송을 선보였다. 이 방송은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토크쇼다. 경쟁이 치열한 자갈치 시장에서 성공한 비법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CJ헬로 부산방송은 올해 자갈치 아재들의 생존비법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딜라이브의 착한콘서트 모습. 사진/딜라이브
티브로드도 특색 있는 지역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티브로드 전주방송은 전라북도 음식을 소개하는 '맛있는 지도' 프로그램에서 37가지 산나물 산채정식·장맛의 비밀·어죽 등을 소개하고 외국인까지 볼 수 있도록 유튜브로 영어자막도 제공한다. 티브로드 대구방송의 '대구로 말할 것 같으면'은 대구의 지역 커피 브랜드·대구 야시장 먹방여행·대구 지하철 인근 핫플레이스 등을 소개한다. 티브로드 세종방송은 '일자리를 JOB아라' 프로그램에서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아산시 생태곤충원·지역특화 문화 콘텐츠 기업 등 지역의 기관 및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취업 성공기와 직업에 대한 소개를 제공한다.
딜라이브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착한 콘서트'는 올해로 시즌8을 맞았다. 올해는 오는 11월23일 서울 노원문화회관에 소아암 어린이와 장애우 등 5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개최된다. 이태원지구촌축제·강남패션페스티벌·의정부 회룡문화제 등의 지역 축제들의 개막공연도 함께 열린다. 딜라이브는 올해 후원받은 성금과 기부금들을 모아 굿피플과 함께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 및 공연을 떠날 계획이다. 이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딜라이브 지역채널에 방영될 예정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열리는 청춘노래자랑도 딜라이브의 대표 지역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6년 5월에 첫 방송됐으며 시즌3까지 진행된 공연들에 1만여명의 지역민들이 예선에 참가했으며 총 시상금액은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올해로 시즌 4를 맞은 청춘노래자랑은 미취학아동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이 참여해 노래경연을 펼친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역 케이블 방송은 재난 방송과 지자체의 선거방송 등 지역 지상파 방송사가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맡고 있다"며 "또 자체 제작 비율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방송을 선보이며 지역방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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