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금융권이 새로운 먹거리로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투자상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7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금융과 블록체인 컬래버를 통한 투자상품 개발 협력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카사코리아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활용해 신탁회사가 발행한 부동산신탁 수익증권을 전자증서 형태로 유통하고, 이 전자증서를 활용해 투자자간 상호 거래가 가능한 유통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카사코리아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업이다. 신한금융투자도 한 발 앞서 카사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면 사모와 기관투자자 중심의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가 개인에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서비스는 블록체인업계 화두 중 하나인 STO(시큐리티토큰공개)와 그 취지가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는 STO는 자산의 토큰화 개념으로 부동산, 미술작품 등 개인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자산을 쪼개 개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접근 범위를 넓히고 있다. 부동산신탁 수익증권 유통플랫폼 또한 개인 소액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STO와 닮았다.
신한금융투자는 핀테크업체 디렉셔널과 블록체인 기반 개인간(P2P) 주식대차지원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디렉셔널은 개인투자자간 주식을 빌려주는 플랫폼이다. 개인대여자가 디렉셔널 플랫폼에서 주식을 빌리면 전산이 연결된 증권사와 협업해 차입자에게 주식대여가격을 지불하고 디렉셔널은 수수료를 남긴다. 공매도에서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을 공매도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서비스로 기대가 높다. NH투자증권도 디렉셔녈과 관련 서비스 협력, 디지털 자산관리 비즈니스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스콤은 하나금융투자 등 총 6곳과 함께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하반기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콤의 블록체인 기술은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주주명부 관리, 주식 거래 지원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해당 플랫폼은 비상장사 중 규모가 작아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주주명부관리와 비상장주식 거래 등을 온라인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너도나도 블록체인과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블록체인이 지닌 잠재력이 배경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약 3654조9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인데, 모든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이 꼽히고 있다. 이면에는 금융권에 깃든 불안감 또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들은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먹거리가 줄은 데다가, 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기업의 성장에도 고전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블록체인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블록체인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 상품 출시로 편의성과 기술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업체 등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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