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증시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나타나며 부동산이 주목받지만 경기가 부진하면 반사이익보단 부동산도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 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경제 구조로 인해 부동산 시장도 불안정해질 우려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경제 체력에 불신이 생기면 증시에서 발을 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못한 채 추이를 지켜볼 여지가 많아지고, 이미 보유 중인 부동산을 정리하는 움직임도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시내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진/뉴시스
6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증시 하락이 부동산 시장 추락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스피나 코스닥 등 증권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갖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자금은 오히려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에 쏠리고 있다. 전날 2년7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6일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값도 상승세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숨죽여 지켜보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이 대체투자처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증시 지수 하락 등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은 대체투자처가 될 수 없다”라며 “지금과 같은 사태가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더 강해지면 부동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거라고 예견한다. 대외 여건이 이른 시일 안에 나아지기 어렵고 국제 이슈가 국내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지 지켜본 후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각종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라며 “당분간은 시장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 경제 충격에 따른 가격 하락 현상이 곧바로 나타나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가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안정적이면 증시 하락이 부동산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라며 “증시의 불안정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집값이 반등하고 금리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알짜 부동산이라도 선뜻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대외 경제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예고한 이후 달러당 7위안 수준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 이에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이도 틀어졌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설상가상이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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