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체 인구 10명중 7명 가량은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두통은 만성두통과 편두통, 긴장성두통, 군발성두통 등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만성두통의 경우 격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고질병처럼 따라다니는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두통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요인은 고혈압,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두통의 여러 원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지적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코를 골다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아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멈추는 증세가 수면 1시간 당 5번 이상 나타나거나 7시간의 수면 동안 30회 이상 나타나는 질병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뇌압이 높아져 아침에 심한 두통을 호소하거나, 낮에 졸음이 몰려오기도 한다.
일본 독협의대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 환자 235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48명의 환자가 두통을 호소했고 편두통 12명, 긴장성 두통 19명, 군집성 두통 1명, 분류되지 않는 16명이 진단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두통 환자 가운데 25%가 두통 빈도 월 15회 이상인 만성두통 환자였으며, 42%가 가압 및 양안 두통, 31%는 30분 미만의 단기 두통이 있었다. 이런 수면무호흡증 두통 환자의 경우 CPAP(양압기) 치료 시 81.3% 환자가 두통이 개선됐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수면무호흡 증상이 나타날 때 체내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고,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두뇌를 비롯한 체내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두통을 유발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경우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심장에 부담이 커져 허혈성 심장병, 부정맥, 심부전증 등이 발생하고 고혈압, 호흡부전, 내분비 장애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수면 시 구강호흡 역시 두통 유발의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코가 아닌 구강을 통한 호흡으로 세균 감염에도 취약한 구강호흡은 악관절 및 측두부 근육에 무리를 주면서 목 뒤와 어깨 뒤쪽까지 긴장시키기 때문에 신체에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두통을 발생하게 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노화 등으로 늘어진 목젖이 호흡을 막고 있다면 목젖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삐뚤어진 코 구조가 문제라면 비강 수술을 통해 교정한다. 만약 선천적으로 기도가 좁아진 경우나 폐 기능 자체가 떨어진 경우 등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양압기(CPAP) 치료를 통해 호흡을 교정한다. 양압기는 자는 동안 기도를 확장시키고 공기를 인위적으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양압기 치료를 시작한 직후에는 주 5~6회 사용을 권장한다. 증상이 호전되면 주 1~2회로 줄일 수 있다.
이밖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코골이를 한결 줄일 수 있다. 잘 때 옆으로 눕고, 높은 베개를 피하고 금연과 절주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골이와 비만은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비만이 있다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중감량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두통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비용적 부담에 해당 검사를 꺼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관련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돼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서울 중구 서울마당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에서 시민들이 수면무호흡 측정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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