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회사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세금 253억원을 체납한 채 해외로 도주했던 한보그룹 4남 정한근씨가 21년만에 체포돼 법정에 서게됐다.
대검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은 22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씨를 붙잡아 두바이에서 현지시각으로 오전 3시3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KE952 국적기에 태워 국내로 송환 중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12시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한보그룹 부회장으로 있던 지난 1997년 11월, 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주)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국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세 253억원을 체납한 혐의가 있다.
정씨는 198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검찰은 같은 해 7월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지만 소재를 찾지 못하다가 공소시효가 임박한 2008년 9월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해 시효를 정지시켰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은 2008년 12월 재판에 불출석한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했다.
검찰은 2017년 6월 정씨가 미국 체류 중이라는 측근 인터뷰가 방송된 뒤 2018년 4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정씨가 다시 잠적하는 바람에 집행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그해 8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 캐나다 국경관리국(CBSA) 일본주재관 등 해외 법집행기관과 공조해 정씨를 추적해오다가 최근 정씨가 마지막으로 체류했던 에콰도르에서 지난 18일 파나마행 비행기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아 검거에 착수했다.
정씨 아버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정씨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1997년 건국 이후 최대 부도사태를 낸 인물이다. 당시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무너지면서 국가 경제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정 전 회장은 5조7000억대 부실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 대출을 받기 위해 정계와 금융계 고위 인사들에게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회장 역시 2007년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주해 지금까지 잠적 중이다. 정 전 회장은 이와는 별도로 국세 2225억을 체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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