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것은 한국인 누구라도 알고 있는 우리의 대표적인 노래 ‘아리랑’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노래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벅차고 자랑스럽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단순히 세계적 팝스타인 한국의 BTS(방탄소년단)가 자신들의 미국 공연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관중들이 다 같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른바 ‘떼창’의 풍경 때문이었다. 한국인으로서 긍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지극히 단순한 곡조와 사설 구조를 가진 한국인 고유의 노래가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든 것이다. 그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입을 통해 발현되는 감동적인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한(恨)’이 담긴 노래라고 알려진 ‘아리랑’이 이렇게 흥겨운 음악이 되어 세상을 물들일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한 편의 드라마고 아름다운 기적이었다.
내가 여기서 방점을 찍고 싶은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 우리 고유의 것, 그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나의 국가, 그 고유의 문화가 세계적인 것으로 유통되며, 보편의 사고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평범한 진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한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뿌리가 하나이거나 서로 소통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외, 여러 가지 문화도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고, 문학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동양권에서 일본문학이 두 명의 노벨상 수상 작가를 배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설명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소설 『설국(雪國)』으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가 작품에서 구현한 큰 줄기는 일본만이 가진 고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었다. 1994년 수상한 『만연원년(萬延元年)의 풋볼』의 작가 오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 )도 지적 장애인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개인적인 체험의 보편화였다. 그의 다른 작품도 꼼꼼히 들여다보면, 반핵, 반전, 평화, 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성과 굳게 이어져 있었다. 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외의 많은 수상작들도 자국의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류 발상의 중심축이었고 여전히 그 본류를 형성하고 있는 K-드라마도 그러하여, 한류를 세계에 전파시킨 대표작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장금(大長今)’에도 가장 한국적인 문화가 그 바탕에 흐르고 있다. 수라간 궁녀로서 궁궐에 들어간 주인공 ‘장금’이 당시의 임금이었던 중종의 주치의인 의녀(醫女)가 되기까지의 성공과 사랑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작이 된 것이다. 즉, 지역의 고유성 혹은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뿌리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적인 영화제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 또한 그 스토리를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의 일상의 한 단면이다. 거기에 내재하는 인간의 갈등 묘사가 세상 사람의 공감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인 작품이나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발전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고유의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 이 양자의 공존관계나 상호 보완적 성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세계적인 것을 외치기 전에 우리 고유의 미적 세계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품격은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것이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BTS의 ‘아리랑’을 들으며 생각한다. 우리가 습관처럼 불렀던 이 노래가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짙어가는 6월의 녹음처럼, ‘아리랑’의 곡조가 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일으키고 있는 초여름 날 아침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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