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상황이 발생해도 한국 수출품의 무관세는 계속 적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한·영 FTA는 모든 공산품에 한·EU 관세 양허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한·영 FTA 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영 FTA는 모든 공산품에 한·EU FTA 관세 양허(관세율 인하)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수출품을 지금처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 설탕, 인삼, 맥아·맥주맥, 발효주정, 변성전분, 감자전분 등 9개 품목에 걸려있는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ASG)는 발동기준을 EU보다 낮췄다. 한국 농업의 민감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내 수요에 비해 생산이 부족한 맥아와 보조 사료에 한해서는 최근 3년간 통계를 감안해 관세율할당(TRQ)을 제공하기로 했다.
원산지의 경우 EU산 재료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도 3년 한시적으로 역내산으로 인정한다. 기존 생산·공급망의 조정 소요 시간을 고려한 조치다. EU를 경유한 운송도 3년 동안은 직접 운송으로 인정, EU 물류기지를 이용하더라도 협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는 영국측 주류 2개 품목(스카치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과 우리측 농산물·주류 64개 품목(보성녹차, 순창전통고추장, 이천쌀, 고려홍담 등)에 대해 지리적 표시로 인정하고 보호를 지속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편의를 위해 영국 수출입 행정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을 한·미 FTA 수준으로 강화한다. 한국 기업의 수요가 큰 투자규범은 2년 내 검토해 개정할 수 있도록 이번 협정에 반영했다.
산업혁신기술과 에너지, 자동차, 중소기업, 농업 등 5대 전략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경제협력도 강화한다. 산업혁신기술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을, 에너지에서는 수소경제 및 원자력 협력을 추진하고, 자동차와 중소기업에서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협력하고 농업 지식도 공유한다. 아울러 양측은 브렉시트 상황이 안정화되는 경우, 추후에 한-EU FTA 플러스 수준으로 2년 내 협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
특히 영국이 EU 탈퇴를 합의해 이행기간이 확보되는 경우에는 동 이행기간 중 보다 높은 수준의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개시하기로 합의함과 동시에 우리 관심사항인 투자, 무역구제 절차, 지리적 표시 등을 적극 고려하기로 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금번 한·영 FTA 원칙적 타결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중국 경기 둔화 등 수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차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 우리 업계가 영국 내 변화에도 동요 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한·영간 통상관계 연속성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법률검토 등 정부 내 절차를 완료한 후 정식서명을 마치고, 이후 국회 비준 등 국내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브렉시트가 오는 10월31일에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 전에 한·영 FTA가 발효돼 노딜 브렉시트에도 영국 수출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준절차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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