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주택임대차 기간이 끝났지만 임대인이 임차보증금을 되돌려주지 않자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임차권등기를 마쳤더라도, 계약기간 종료시부터 임차인이 임차 주택을 직간접적으로 계속 점유하지 않았다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소멸시효는 계약 종료시부터 진행 돼 10년이 지나는 시점에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유족 측을 상대로 보증금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청구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고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가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도 임차 목적물을 계속해서 직접 또는 간접점유함으로써 그 사실상 지배를 계속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원고의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소멸시효의 진행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원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시점부터 진행하고, 원고의 청구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제기됐기 때문에 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2년 광주 동구 장동 소재 주택을 소유한 B씨에 보증금 1800만원을 지급하고 주택 2층을 인도받아 점유했다. 이후 2004년 8월17일 임대차기간이 만료하자 B씨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잔금 600만원을 돌려주지 않자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2005년 6월28일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쳤다. 이후 B씨가 사망하자 A씨는 2016년 3월 유족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상속한 피고들은 각 상속지분에 따라 A씨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임대차 관계가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됨에도 불구하고, 그 전제가 되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만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임대차계약 종료시부터 누나와 지인이 임차목적물을 직·간접적으로 점유했다는 원고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이사를 가면서 임차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한 뒤 그 후 10년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 채권은 시효로 소멸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민법 162조 1항에서 정한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2004년부터 10년이 경과한 2016년 제기됐음은 기록상 명백하다”며 “이미 시효가 완성돼 소멸됐고,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고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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