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게시물에 대한 동의가 29일자로 50여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청원이 처음 올라온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해산 주장에 반발,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으나 앞선 글에 비해선 반응이 미약하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경한 '정당 해산'도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가 됐다.
헌법 제8조 4항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명시했다. 실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 혐의로 헌정사상 최초로 강제 해산 적도 있다. 정당 해산 요청이라곤 하지만 한국당이 통진당처럼 대한민국의 안녕을 저해하고자 모의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국민청원을 복기한다면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유추할 수 있다.
청원은 "한국당은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 입법을 발목 잡고 소방 관련 예산을 삭감해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한다"고 적었다. 또 "국민에 대한 의원들의 막말이 도를 넘치고 대한민국 의원인지 일본 의원인지 모를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청원에 거론된 장외투쟁과 입법 발목잡기 등은 올해 내내 국회를 파행시킨 한국당의 모습이었다. 다섯달 동안 한국당의 어깃장에 국회는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빈손국회로 전락했다. 최근 일주일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선 국회 불법 점거와 폭력 행위까지 일으켰다. 국민적 비난 여론을 산 5·18 폄훼·세월호 망언 의원들을 비호하고 징계를 뭉그적거린 것도 딱 걸렸다. 시대적 과제인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 딴죽을 건 행보도 기억하고 있다. 민심은 한국당의 행태가 정상적 의정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민주적 질서에 위배된다고 규정, 내란음모를 한 통진당과 같다고 인식한 셈이다.
이번 청원에 대해선 내달 22일까지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특성상 구체적 입장을 밝히긴 어려워 보인다. 해프닝으로 끝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국민청원에서 드러난 민심까지 해프닝 취급해선 안 된다. "좌파독재 정권을 심판해달라". 올해 들어 한국당이 틈만 나면, 국회를 파행시킬 때마다 외쳐왔던 구호다. 민심을 해프닝으로 오인, 가벼이 여긴다면 오히려 한국당이 국민에 심판당할 수 있다.
최병호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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