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가 들어선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남북 평화무드와 제로페이의 시작, 유치원 보육대란 등 굵직굵직한 대형 이슈들이 잇따르면서 지자체 역할이 정부를 앞지르는 등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지금은 자치시대'이다. 그러나 자치분권화 문제는 아직 답보상태로 지자체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서울 자치구 단체장들을 만나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과 지역의 현안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토마토TV 뉴스카페 생방송 '토크합니다'에 출연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지면 기사에 옮겼다(편집자주).
이성 구로구청장이 22일 합정동 토마토TV ‘김선영의 뉴스카페’에 출연해 구정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어떤 구상을 실현 중인가.
단층 주택이 많은 구시가지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해제된 이후에 주택단지들을 보다 살만한 마을로 바꾸는 것에 대한 부족함이 많았다. 주택개량이 대부분 민간 일이라 당시 공원이나 도로 등에 대해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 이후에 공공이 나서서 공원, 놀이터, 도서관 등을 만드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는 (지자체에서) 개입해 마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기 동안 예산 문제 때문에 다하지 못하겠지만, 그런 청사진들을 조금씩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지방 분권은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민주주의 마침표뿐 아니라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장치다. 지방분권에 대해선 분권론자라고 할 만큼 오랫동안 소신이 있었다. 작년에는 주민을 대상으로 지방분권 중요성에 대해 교육했으며, 아이들에게도 민주주의 교육을 위해 어린이날에 직접 나라를 만들어 운영해보도록 하는 체험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구로구 지방분권 촉진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내실 있는 지방자치와 분권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다음 달 중으로 조례에 근거해 시민사회단체, 학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자치분권협의회도 만들 예정이다. 재정 및 권한과 관련된 지방분권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잘 통과돼 지방분권 속도가 한발씩 전진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박원순 시장의 대 자치구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시와 자치구간 협력사업을 활성화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일례로 우리구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남북교류 추진사업과 서울시의 남북 협력 추진사업을 연계해 협력 추진할 수도 있다. 또, 구로구 스마트 시티 사업과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스마트 시티 서울 사업을 함께 하게 되면 모두 윈윈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협력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사업 선정과 추진 방향 등이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논의와 조정이 이뤄져야 마찰이 줄어들고,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주요 정책으로 스마트 도시화를 추진 중인데, 다른 지자체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스마트 도시화는 어찌 보면 구로구가 원조라고 할 만한 분야다. 정부에서 스마트도시라는 정책이 나오기 전인 2017년 1월에 구로구 스마트 도시팀을 신설해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기반이 되는 인프라 두 개인 공공와이파이망과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망(LoRaWAN)을 구축했다. 도시 전체에 IoT 중계망을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뉴욕과 구로구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전용망을 토대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관련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해서 실내·외 공기 질을 측정할 수 있다. 또, △보행 약자를 위한 스마트 교차로 조성 △치매, 독거 어르신,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사물 인터넷을 통한 안심케어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위험 시설물의 붕괴 등 이상 징후를 사물인터넷망을 활용해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위험 건축물에 센서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해당 건물에 진동이나 균열이 있는지 사무실에서 앉아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개발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구로철도차량기지 이전은 수십 년 동안 구로구의 숙제 중의 숙제였다. 지난 8년 동안 국토부와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국토부가 2017년 11월 계획수립 용역에 착수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의 이전 작업도 시작됐다.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와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이전 장소인 광명시와 구로구, 국토부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국토부는 조속한 이전을 원하고 광명시는 몇 가지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협의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지만, 계획은 완료 단계에 와있다. 고척동 교정시설 부지 개발은 공사가 시작돼 한창 진행 중이다. 2022년 상반기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 10만5087㎡에는 27~45층 6개 동의 주상복합 건물과 24~35층 5개 동 2200여 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온수산업단지 현대화 사업도 계속되고 있 다. 2015년 7월 국토부와 산업통상부가 경쟁력 강 화 재생단지로 선정한 온수산업단지는 2025년까 지 다양한 편의시설과 연구개발센터 등을 갖춘 기술금속산업 기반의 스마트산업단지로 변모할 것이다
집무실 공간을 줄인 일화가 유명하다.
2010년 취임 당시 외부 건물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3개 과(교통행정과, 환경과, 푸른도시과)가 있었다. 보증금과 임대료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어서 공간 활용을 위해 약 33평이던 구청장실을 10평 정도로 축소했다. 부서가 본관으로 들어오면서 당시 보증금 12억원에 월세 900만원을 보증금 4억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줄였다. 주민 세금을 아껴 복지 예산 등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업 지원을 위해 먼저 집무실 축소를 생각했다. 구로구청을 깨끗한 공직사회로 바꿔 구민이 신뢰할 수 있고 믿음이 있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 중심 도시란 어떤 도시인가.
취임 직후부터 '책 읽는 구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공공도서관 16개, 작은 도서관 75개로 서울시 자치구 중 도서관이 가장 많은 구가 됐다. 6월에는 신도림동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인데, 연령대별 맞춤 공간으로 설계됐다. 앞으로 남은 임기 안에 30개의 도서관을 더 확충해 100개까지 늘리겠다.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내실 있는 독서문화를 다지기 위해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책 읽기 운동도 펼치겠다.
이번 서울구로어린이국제영화제는 어떤 차별화 전략이 있나.
영화제는 내달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개최될 예정이며, 이번 슬로건은 "꿈, 영화로 빛나라!"다. 어린이영화제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남·북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 평화 통일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남북교류 특별전'을 개최한다. 북한을 이해하고 상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영화제 둘째 날인 5월 10일, 북한 실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인'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 '평양에서 온 편지'를 상영하고, 북한 전문가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 센터 소장'의 초청 강연도 진행한다. 앞으로도 '어린이영화'라는 상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문화 분야의 다양한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며, 남북문화교류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구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구로구는 서울 내 다른 구들과 달리 개웅산, 천왕산, 매봉산, 와룡산, 계남산 등 풍부한 녹색지대를 가지고 있고 안양천, 도림천, 목감천을 끼고 있는 자연 도시다. 201년 완료를 목표로 안양천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하천변의 녹지를 수목원화 수준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45억원을 들여 생태초화원, 장미원을 조성하고 안양처변 사면녹화, 9만주 수목식재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자연학습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항동에 위치한 푸른수목원을 확장하고, 천왕도시자연공원 내 토지보상이 완료된 곳에 캠핑장도 조성한다. 물놀이장도 덕의근린공원과 천왕근린공원에 조성해 집 바로 앞에서 물놀이가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이성 구로구청장 사진/구로구
이성 구로구청장은 누구인가
3성 연임의 이성 구로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 구로구청장에 처음 당선돼 지금까지 구로구를 지키고 있다. 24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청와대 행정비서실 행정관, 서울시 시정개혁단장, 경쟁력강화본부장,감사관, 구로구 부구청장 등을 지냈다. 2010년 취임 당시 33평이던 구청장실을 10평 정도로 축소하고, 외부 건물에 있던 부서도 본관으로 들여 예산을 절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구청장 전용 차량도 대형차 오피러스에서 중준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레트릭으로 바꿨다. 그는 구청장으로 처음 당선될 당시 "예산은 우선순위의 문제이며 과시 행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 그는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구로구를 대표적인 스마트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행=김선영 영상뉴스본부장, 기사=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