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약 8년 만에 부활한 정부의 공동생동 규제에 제약사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한 허가제도 변화에 복제약 의존도가 큰 영세한 중소제약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복제약 난립을 목표로 공동생동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밝힘에 따라 중소제약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업계 파장을 감안해 약 4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결과적 폐지가 확정된 만큼 독자적 생동실험이 용이한 대형사와 표정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달 27일 업계 CEO들과의 조찬 간담회를 통해 공동생동 품목수를 '1+3(원 제조사 1+위탁제조사 3)'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3년간 시행한 뒤 공동생동제도를 완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달 내로공동생동 품목 수 제한과 관련된 개정을 추진하고, 1년의 유예기간 이후 2020년 상반기까지 공동생동 품목 수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약 4년 뒤인 2024년부터는 완전 폐지된다.
지난해 발암물질이 의심되는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이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으로 지목되면서 규제가 예고됐던만큼, 업계는 국산 의약품 품질 개선이라는 이번 규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고민에 빠졌다. 특히 자체적으로 생동을 진행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의 우려가 크다.
개발을 위해 최소 10년,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신약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개발 비용 마련을 위한 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효능 지녔다는 것을 검증하는 작업인 생동성 실험 역시 건당 1억원 정도 소요된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공동 또는 위탁생동을 시행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생동성 인정 품목 가운데 위탁생동 비중이 90%에 가까운 높은 비중을 차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이번 공동생동 관련 규제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업체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형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신약개발에 매진하는 사이 매출을 창출하던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이마저도 자체 생동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에 밀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내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당초 예견됐던 규제긴 하지만 현실화되면서 내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라며 "정부가 이달 안으로 발표하겠다는 복제약 약가 개편안을 본 뒤 정확한 판단이 서겠지만 공동생동 제한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 등의 타격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산 의약품 품질 개선이라는 공동생동 폐지의 본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따른 신속심사 도입과 비OECD 국가의 비임상자료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중소제약사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제약 약가 개편안을 이달 중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을 위해 실험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동아에스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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