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전망하고 예측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1876년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이 특허를 당시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에 팔려고 했는데, 통신회사 사장은 '전자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거절했다. 결국 벨은 투자자를 모아 벨전화회사를 설립하였고, 나중에 그 통신회사를 인수했다. 미국의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던 DEC의 회장은 1977년에 어떤 개인도 집에 컴퓨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으나 10년 후에 PC가 나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의 예측 실패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너무 현재의 실태를 잘 알고, 문제점과 어려움에 집착해 미래의 환경변화 가능성을 놓치는 실수를 종종 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반도체 산업 투자도 비슷한 경우다. 자동차가 드문 시절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전자 산업이 취약한 상태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수요도 없는데 팔 생각부터 하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반대가 많았었다. 노태우 정권에서 추진했던 경부선 KTX는 당시 토목의 제왕이라는 정주영 회장이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호남선 KTX는 비용 대비 편익이 낮은 사업으로 평가됐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시행됐다. KTX는 전 국토의 일일 생활권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총 24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23개 공공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의 재판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지역경제와 침체되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의 적절한 조치였다는 지지까지 다양하다.
예타는 1999년 IMF 이후 무분별한 대규모 SCO(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막기위해 도입됐다. 그동안의 예타 결과를 보면 사업 규모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경우 경제성이 낮게 나오게 되니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거나 대규모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대규모의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결국 예타가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지역의 혁신 성장판을 열어 지역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지역을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고 정부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톱다운'이 아니라,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이뤄진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23개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중에서 R&D(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은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도로 철도 인프라 및 교통 물류망 구축 등 '토건' 투자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20국가 중 고속도로 1위 일반국도 2위, 전체도로 6위 등 인프라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예타는 40년 정도의 투자 경제성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예상되는 인구감소,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등 차량 이용환경의 변화 등이 고려됐다고 보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 발전을 토건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광주 인공지능 집적단지, 전북 상용차 산업혁신, 전남 수산식품 수출단지,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등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광주의 인공지능 집적단지 추진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가 제안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과학자, 공무원, 정치인이 협력해 2년간 준비한 결과라고 한다. 100년 후 광주시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도 스텐포드대의 한 전자과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푸드밸리도 바헤닝언 대학에서 시작됐다. GIST와 광주의 100년 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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