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플라스틱 없는 서울'의 초석을 닦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일회용컵 청사 반입 금지' 정책이 시작부터 삐걱댔다. 사실상 금지 첫째날이었지만, 담당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 때문에 일회용컵을 들고 출입하는 사람을 막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신청사와 별관 청사에서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반입 금지를 실시했다. 1일은 신정이었기 때문에 평일인 2일이 사실상 첫번째 시행일이었다.
이날 신청사는 지상 1층의 출입구 3곳, 지하 1층 시민청의 출입구 2곳이 점검 대상이었다. 입구마다 일회용컵 회수용기가 설치돼 일회용컵과 음료를 버릴 수 있게 했으며, 담당 공무원도 출근 시간대와 점심 시간대에 활동하면서 공무원·시민이 청사 내부로 일회용컵을 휴대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시민청은 출입 인원 중 시민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지상 입구보다 더더욱 홍보가 필요했지만 출근시간대 배치 인력은 전무했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맞닿은 출입구와,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맞닿은 출입구로 시민이 계속 드나드는 상황이었지만, 오전 9시 시무식 때문에 미처 인력 배치가 되지 않았다.
오전 8시50분쯤 살펴본 을지로입구역 쪽 입구 회수용기는 아예 이용할 수도 없었다. 일회용컵과 음료를 투척해야 할 구멍마다 '2019년 1월1일부터 버려주세요'라는 종이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쯤 회수용기가 배치되고 나서 아직도 종이가 제거되지 않은 것이다.
오후 1~2시 점심 시간대에는 시민청까지 인원이 보충되긴 했으나 방문객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청사 내 버젓이 일회용컵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더군다나 시민청 내부에서 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 방문객들은 종이 캐리어까지 동원해 6잔이나 되는 커피를 내부로 들여왔다. 손에 일회용컵을 들고 있는 관계자에게 반입 금지 사실을 알려주자 "금지되는 줄 몰랐고, 1~2시 시민청으로 커피 가지고 들어올 때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지상 1층 입구라고 플라스틱컵의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공무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텀블러·다용도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여전히 일회용컵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이따금씩 볼 수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미처 보지 못하거나, 말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인력이 부족하고, 반입 금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속 반입 금지를 공지하다보면 방문하는 사람들이 텀블러 등을 가지고 다니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2일 서울시청 시민청 내에 있는 일회용컵 회수용기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