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부여 수륙재의 보조금방만사용 논란에 대한 횡령의혹을 내사한 부여경찰이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터 3개월여에 걸친 내사지만 단서도 찾지 못했다.
수사과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확인했더니 A씨는 부여 수륙재에 납품한 적이 없었고, 납품업자는 강원도 사람 B씨가 5년 간 했다”며 “B씨는 번 1개에 80만원, 100만원, 120만원, 150만원에 납품했다고 진술했으며 재고수량은 담당형사가 비축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수증 첨부한 부분은 사용내역과 영수증이 일치한다. 초창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부여군청 당시 회계담당자들 4명을 조사했는데, 보조금관리법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2016년도와 2017년도에는 보조금정산 내역이 갖춰져 있었다”며 “수륙재를 지내는 동해 삼화사 등에도 확인을 해봤는데, 번의 가격대도 비슷하게 맞다는 진술이 나왔다. 번이라는 불교용품은 소비자가격이 있는 게 아니고, 부르는 것이 가격”이라고 내사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사에서는 마진을 확인해야 하고, 비용을 착복해 지급한 납품업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통장흐름도 확인했으나 찾아내지 못했다”고 내사종결 이유를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에서 입수한 당시 번을 제작한 납품업자 A씨와 모 사찰 주지 C씨의 통화녹음파일에는 1개에 25만원씩 업자 B씨에게 납품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업자는 “번을 40개 정도 납품했다. 1개에 25만원씩 받았다. 연은 350만원에 납품했다. 직접 납품한 것이 아니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업자 B씨에게 납품했다. 연이나 번은 직접 만드는 사람이 (국내에)나 밖에 없다”고 밝혔다. B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번을 납품해왔다. 2016년에는 D연구원이 부여수륙재에 2120만원에 번을 납품했다. 당시도 수량에 대한 기록이 없다. 수사과 관계자의 발언과 상당히 다르다.
수륙재 측이 이 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의 행방이 묘연하다. 여기에 부여군 측이 제공한 보조금서류에는 견적서도 첨부돼 있지 않고 단가와 수량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기록된 사진에는 2014년에 번에 3900여만 원을 사용했음도 이듬해인 2015년에는 4m가량의 공단자수로 된 대형 번을 8개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2m 공단자수 소형 번도 제대 방향에 14개 밖에 노출되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 걸린 종이로 제작된 칼라번 사이에 자수번 30여개가 있다고 해도 3900만원을 투입했다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부여의 한 사찰 주지 D씨는 “거치대를 포함한 공단자수 번은 2m가 거치대를 포함해 15만원에 거래되고, 거치대가 없는 4m의 경우 25만 원 선”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 인터넷쇼핑몰에서는 높이 2m가량의 공단자수 번을 1개당 약12만원에서 1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다른 유명 쇼핑몰에도 주요 인간문화재 6명이 고증했다는 공단자수 번 1.5m짜리가 1개에 18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충청권의 불교문화사들을 조사해 본 결과 가장 저렴한 번은 1만5000원이었고, 가장 비싼 공단자수 번은 35만원이었다.
특히, 2015년에는 의식구제작 명목으로 2049만원을 지출한 바 있어 사실상 더 많은 번과 장식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번과 탱화의 개수는 2014년도 보다 훨씬 적었다.
기록된 사진에 등장하는 가마인 '연'이라는 물품도 재활용품이지만 기존에 있던 것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내사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따졌는지도 의심스런 대목이다. 보조금으로 구입한 재활용물품은 최소 5년간 사용토록 돼 있다.
내사에서 보조금집행계획서와 변경승인 등의 행정적절차가 일치하는지 여부, 2014년 이전과 이후에 구입한 물품의 가액차이와 구매의도 등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불교계를 수사함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내사를 부실하게 진행하지 않았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지낸 부여 수륙재. 무대 메인에 걸린 번은 8개 밖에 되지 않는다. 사진/뉴스토마토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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