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시작과 함께 규제보다는 산업 활성화로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통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5G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보다 촘촘하게 세워야 한다. 그만큼 망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5G 망 구축에 투자하는 비용은 향후 5년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통 3사는 지난 6월 경매를 통해 확보한 3.5기가헤르츠(㎓), 28㎓ 대역의 5G용 주파수 대금으로 총 3조6183억원을 내야 한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정부의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1일 "5G는 통신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반"이라며 "5G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조세를 관할하는 기획재정부는 부정적이다. 5G 장비는 이미 중소기업에게 세제 혜택이 부여돼 대기업인 이통사에게까지 세금을 감면해줄 경우 이중 혜택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미국·영국 등은 이미 인프라 구축·연구개발·인재양성 등 5G 관련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5G 경쟁에 앞서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도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한 빌딩의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T
이통사들은 제로레이팅 활성화도 요구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대신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했다. 이 기간 SK텔레콤 가입자는 포켓몬고를 즐기는데 총 215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데이터 비용은 약 33억원이다. 제로레이팅으로 이용자들은 부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대용량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통사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5G 통신정책협의회를 가동하고 제로레이팅과 망중립성 원칙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 정책 방향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에 대한 우려도 있다. 데이터 요금을 대신 낼 정도의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제로레이팅을 하지 말라는 사전 규제는 없다"며 "하지만 특정 기업에게만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있을 경우 사후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통 3사는 이날 자정부터 5G 전파를 송출했다. 이통사들은 우선 모바일라우터를 통해 5G 서비스를 선보인다. 모바일 라우터는 인터넷 신호발생장치다. 노트북PC와 CCTV 등에서 모바일라우터를 통해 5G망에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5G 서비스 상용화 목표 시점은 내년 3월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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