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두 딸을 둔 윤모(37세)씨는 최근 아빠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육아휴직 상한액이 늘었다고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 가계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윤씨는 "실제 양육비까지 감안하면 휴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안타깝지만 어린 딸들을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득보전은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소득보전을 강화하지 않으면 '남성 육아휴직'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10명 중 남성은 한 명 남짓에 불과하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0월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4569명이다. 2011년 1402명에 그친데 비하면 7년새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에 겨우 10% 넘는 수준이다. 평균 육아휴직 기간도 여성에 비해 짧다. 작년기준 남성의 평균 육아휴직 기간은 약 6.6개월로 여성의 약 10.1개월에 비해 적다. 특히 남성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4명은 3개월 이하에 그쳤다.
육아휴직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고, 사용기간도 짧은 데는 휴가기간 낮은 소득에 대한 우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 생계부양자인 남성 입장에서 인내하기에는 임금손실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하고, 상·하한액도 각각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노르웨이의 남성 육아휴직자 소득대체율은 97.9%에 달했다. 오스트리아는 80.0%, 스웨덴은 76.0%, 독일은 65.0%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58.4%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2.8%에 그친다. 특히 노동연구원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육아휴직제도 및 사용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스웨덴은 육아휴직 대상자 중 남성 96%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노르웨이는 90%였다. 이는 두 나라 모두 육아휴직 중 지원받을 수 있는 소득대체율이 70%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주된 이유인 가구경제적 원인 문제해결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육아휴직제도는 낮은 소득보장성으로 인해 휴직 기간 주생계 부양자의 소득을 보장하지 못해 주생계부양자인 남성이나 한부모 육아휴직 사용이 매우 어렵다"며 "게다가 낮은 급여의 일부를 사후에 지급하는 규정 때문에 휴직 기간 실질적인 소득수준이 더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준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라 부족하지만 최근에 와서 2번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소득보장률을 높여나가는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측면에서 수많은 중소기업 직장인과 비정규직 직원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규준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육아휴직에 대한 소득보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인계 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 기업의 비용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육아휴직 부부동시사용, 육아와 직장생활과의 연계성 강화 등 제도적으로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