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월호 실종자 수색포기·수장방안 청와대 보고"
유가족 사찰 적발시 '가족으로 신분위장' 지침도
2018-11-06 10:40:00 2018-11-06 10:49:41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요원들이 광범위한 유가족 사찰을 실시하고 청와대에 보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 수색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 등의 정국 조기전환 방안도 청와대에 보고했다.
 
‘기무사 의혹 군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단장 전익수 공군대령)은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이뤄진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보호의무 소홀, 초기대응 미흡 등의 원성이 박근혜정부에 쏠리자 정국 전환과 박 대통령 지지율 회복 등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TF를 구성·운영했다.
 
전익수 단장은 “기무사는 실종자 수색과 세월호 인양 포기를 정국 조기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유가족을 설득·압박하기 위해 실종자 가족 개별성향(강경·중도),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형성을 위한 첩보를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유가족 대상 사찰도 광범위하게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610 기무부대(광주·전남지역 관할부대)장은 각 부대원에게 개인별 현장임무를 부여하고 실종자 가족이 주로 머물던 진도체육관 등지에서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가족관계, TV시청 내용, 음주실태, 여론 주도자 식별 등 사찰 관련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했다. 활동 중 적발 시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위장’ 등의 지침도 전달했다. 310 기무부대(경기 안산지역 담당)장은 각 부대원에게 안산 등지에서 유가족과 단원고 복귀학생 동정,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정치성향·가입정당,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군 특수단은 당시 610·310 기무부대장(각각 대령)이었던 소강원 소장과 김모 준장을 구속기소한 상태다. 기무사 내 사이버 활동부대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와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보고하는 이른바 ‘사이버 사찰’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무사는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안을 수집했으며 그 중 하나인 ‘실종자 수색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 기무부대원들이 제시한 정국 전환방안에는 ▲실종자 부모가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경우 친인척들에 대한 적극적인 호구조사 및 신원 확인 후 이들과 우회적인 보상금 지급 협상 ▲세월호 관련 투입비용 또는 유가족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해 수색·인양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 ▲세월호 선주·선장의 악행을 부각해 국민분노가 이들에게 표출되도록 유도 등도 포함됐다.
 
세월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찾는 과정에서의 불법감청 의혹도 제기됐다. 기무사는 2014년 6월11일부터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3처 TF를 구성해 불법 감청활동을 비롯한 기무사 전 부대 차원의 검거활동을 지휘·통제하고 보고받았다. 이튿날 TF 지휘부와 예하부대장은 기동 방첩탐지(방탐)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유 전 회장 추종자들의 무전기 통신내용을 감청하자는 논의를 실시하고 ‘전파환경조사’로 위장 후 감청을 시작했다. 전 단장은 “감청 시작 직후 실무자는 ‘무선통신 감청관련 위법성 검토’라는 제목으로 감청의 위법성을 보고했다”며 “그러나 이 보고서는 제목이 ‘방탐장비에 의한 감청 위법성 극복 방안’으로 바뀌고, 감청활동이 적법하게 보이도록 위장하기 위해 전파환경 조사 명분으로 활동한다는 취지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를 담당했던 군 검사와 검찰수사관 일부를 잔류시켜 현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을 수행할 예정이다. 관련 민간인 피의자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공조할 방침이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사찰 의혹 관련 수사를 지휘한 전익수 군 특별수사단장(공군 대령)이 서울 국방부 검찰단 별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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