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망 대구 여대생' 20년 한 풀었다
스리랑카인 주범, 현지에서 공소시효 4일 앞 두고 기소
2018-10-16 16:44:04 2018-10-16 16:44:0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0년 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주범이 스리랑카에서 기소됐다. 법무부는 16일 “한국 법무부의 기소 요청에 따라 주범 K씨가 스리랑카 콜롬보 고등법원에 성추행죄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1998년 대구시 구마고속도로에서 한 여대생(당시 18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피해여성 속옷에서는 남성 정액 DNA가 확인됐지만 다른 증거가 없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15년만인 2013년 DNA 데이타베이스 구축으로 스리랑카 국적 K씨의 DNA가 피해 여성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이됐다.
 
대구지검은 2013년 9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특수강도강간)로 K씨를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강도죄 증거가 부족하고 강간죄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무죄 확정판결을 선고했다. K씨는 2017년 7월 스리랑카로 강제추방 됐다. 
 
법무부는 이후 대구지검과 협의해 K씨에 대한 처벌 방안을 찾던 중 2017년 8월 스리랑카 법령상으로는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리랑카 당국에 K씨에 대한 강간혐의 수사와 기소를 촉구하는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와 형사사법공조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조거절이 가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김영대 검사장을 팀장으로 한 전담팀을 구성해 두차례 스리랑카를 방문해 협의하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서류 번역본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스리랑카 측도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나섰다.
 
최종 기소 결정단계에서 우리 법무부는 주범에 대한 강간죄 기소를 요청했지만, 스리랑카 검찰은 K씨의 DNA가 피해자의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된 점,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는 점을 이유로 성추행죄로 기소했다. 스리랑카법상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에서다.
 
스리랑카 사법당국으로서도 2006년 스리랑카 형법 개정 후 최초로 스리랑카 국경 외부에서 발생한 범행을 기소한 사안이다. 스리랑카 형법상 성추행죄(Sexual Harassment)는 법정형 징역 5년 이하로 추행, 성희롱 등 성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폭넓게 처벌하고 있다. 
 
2013년 9월5일 당시 이금로 대전지검 1차장 검사가 1998년 10월 17일 구마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대생이 교통사고 이전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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