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1) - 신경다양성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2018-10-14 09:00:00 2018-10-15 08:30:55
뉴로트라이브스(Neuro Tribes)가 드디어 번역본으로 출판되었다.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로 미국에서 유명세가 있는 책이었다.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개인적으로는 뉴로트라이브스(Neuro Tribes)라는 새로운 개념이 너무도 참신해 그 단어에 매료되어 영문판 원본책을 진작에 구입해 가지고 있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책장을 몇 장 못 넘겼는데 마침 번역본이 나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발로 뛰는 현장취재가 생생히 반영된 훌륭한 책이다. 스티브실버만은 이 책을 쓰는데 5년이란 세월을 온전하게 몰입해 지냈다고 한다. 일주일도 안 걸려 읽는 것 자체가 독자로서 정성이 부족한 같아 오히려 미안하기까지 했다.
 
필자는 자폐증아동의 조기치료를 위해 연관된 책이라면 거의 섭렵을 해왔다. 많은 책 중 자폐를 이해하기 위한 책 하나를 추천하라면 주저 없이 뉴로트라이브스(Neuro Tribes)를 권할 것이다. 이 책은 자폐라는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폐라는 질병의 등장과 확대라는 역사적인 전개과정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해준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 제목이 <자폐증 등장과 확대의 역사>라 소개 되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신경다양성>이라 번역되는 책 제목에 다 담겨 있는 듯하다. 20세기 들어서 인종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며 인종차별이 줄어들었다. 21세기 들어서 다양성이란 용어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성적분류에서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성소수자들의 특성을 존중하며 성적차별성이 감소하고 있다.
 
신경다양성이란 인간들의 뇌-신경학적인 특성이 표준화된 한가지로 획일화 될 수 없이 다양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다양한 신경학적인 특징을 가지는 신경학적 소 종족들의 연합체로 이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란 신경학적인 소수자 집단 중에 가장 거대한 집단으로 미국 내 인구 중 2%에 달한다고 한다. 그 숫자는 미국 내 유대인의 숫자와 유사한 거대한 규모다.
 
신경다양성이란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신경학적인 장애를 대하는 기본관점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인종적인 다양성이 존중되듯 신경학적인 차이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스티브실버만은 두 가지 해결법을 제시한다. 자폐인들의 표준에 맞추어 강제로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이고, 둘째방법은 자폐인들을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하여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지난 70~80년간 세상은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자폐인들을 변화시키려는 무리한 시도가 반복되어 온 역사였다는 것을 상세히 서술하였다. 대표적으로 첫 번째 시도는 정신병원에 자폐인들을 격리수용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시도는 행동수정치료법인 ABA로 지목되고 있다. 자폐인을 변화시키려는 한계를 벗어나 세상이 변화해야하며 자폐인을 존중하며 함께 하는 방법으로 흐름이 변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티븐실버만이 해결점으로 좋은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2016년 완성된 이 책은 자폐증치료와 관련해 미국사회의 주요한 흐름만을 기술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플로어타임 치료법에 대한 소개는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플로어타임 치료법은 ABA라는 행동수정치료법과 달리 자폐증아동에 맞추어서 부모나 치료자의 관점과 접근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접근법이기에 <신경학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대안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발표한 <자폐 이겨낼 수 있어>라는 책을 쓰면서 자폐 자체가 병이 아닌데 자폐인들과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장애인으로 폄하되고 있음을 이야기 하였다. 스티븐실버만은 내 생각을 명쾌하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주었다. 결국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뉴로트라이브스 신경학적다양성이다.
 
이제 어떤 치료법을 볼 때 우리는 올바른 치료법인지 아닌지를 변별한 주요 구별점을 가지게 된다. 자폐인을 표준화된 인간으로 강제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모와 치료자가 변화하여 자폐인과의 소통법을 발전시켜 갈 것인가?
 
신경학적인 획일화를 의도하는 것인가? 신경학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인가? 자폐아동을 둔 부모나 치료에 참여하는 치료사들 모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 할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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