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일방해제 없다" 미에 공넘긴 북
리용호 "미 신뢰 없이 안전 확신 못 해"…'종전선언' 폼페이오 방북서 결론
2018-09-30 14:43:13 2018-09-30 14:43:1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미국에 종전선언을 거듭 요구했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미국이 결단해야 한다는 요구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면서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기조연설에서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면서도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신들에게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며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하고 있으며 종전선언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리 외무상의 발언은 지난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토대로 비핵화 국면이 급물살을 타는 중에 나오는 북한의 공식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북한이 취할 비핵화 추가조치를 엿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에 미치지는 못했다. 체제보장을 통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국에 재차 공을 넘긴 것이다.
 
리 외무상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한 가운데 북 노동신문도 이날 ‘제재와 대화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제재 압박의 도수를 높이면서 상대방과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야말로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미 국무부는 리 외무상의 상응조치 요구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한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여러 약속을 한 바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 관해 북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등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유효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비핵화 실무회담과 10월 초로 예정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까지 함께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연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북미 간 종전선언 협상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종전선언 등 신뢰조성을 위한 조치들과 영변 핵시설 폐기, 국제 사찰단 수용 등 비핵화 조치들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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