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벤쯔, 감스트, 이사배…. '먹방(먹는 방송)', 축구, 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이들의 수입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TV 방송에 진출하기도 한다.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에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동창 3명이 뭉쳐 방송을 시작한 '에그박사'는 곤충, 동물 등 자연을 소재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산의 산과 계곡을 함께 누빈 이들은 성인이 된 후 학생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자연을 전달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제작한 영상은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주 시청층이다. 지난해 1월 첫 콘텐츠가 올라간 뒤 현재 약 11만 구독자를 확보한 김경윤 크리에이터(에그박사), 양찬형 PD(양박사), 김경민 PD(웅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에그박사' 팀. 사진 왼쪽부터 '양박사' 양찬형 PD, '에그박사' 김경윤 크리에이터, '웅박사' 김경민 PD. 사진/에그박사
'에그박사'라는 채널명은 무슨 의미인가.
양박사(양) 2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많은 생물이 알에서 깨어난다는 점에서 의미를 빌려왔다. 자연 콘텐츠를 다루는 만큼 콘텐츠에 생동감을 더하자는 의미에서 에그박사라고 지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에그박사로 영상에 등장하는 김경윤 크리에이터의 별명이 에그(egg)였다. 직관적으로 에그박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에그박사, 양박사, 웅박사 세 사람은 언제 처음 서로 알게 됐나. 셋이 함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에그박사(에그) 중·고등학교를 같은 학교에서 나왔다. 양박사, 웅박사, 에그박사 모두 대학 졸업 후 영상·사진 등 콘텐츠와 관련된 분야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웅박사는 개인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에그박사는 기획 마케팅 회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을 담당했다. 양박사는 광고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유튜브에 다양한 키즈 콘텐츠 영상이 인기있는 것을 보고 곤충과 자연, 키즈를 융합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곤충·동물과 같이 자연이라는 소재를 다루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양 유튜브에 키즈 콘텐츠는 많지만 정작 곤충, 동물을 중심으로 한 전문적인 자연 영상 콘텐츠는 부족하다. 팀 가운데 웅박사는 대학에서 곤충, 자연과 관련된 전공인 응용생물학을 공부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소개하는 키즈 채널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곤충과 생물을 재밌게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작을 하기로 했다.
에그 현대 사회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들고 있다. 우리 팀은 학창 시절부터 부산 외곽 지역 인근 산과 계곡을 함께 돌아다녔다. 계곡에서 개구리와 물고기를 잡고 산과 들에서 메뚜기 등 곤충을 잡으며 자연과 함께 자랐다. 대부분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어린 친구들에게 자연과 친해질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에그박사 팀의 스튜디오 촬영 장면. 사진/에그박사
처음 콘텐츠를 제작할 때 금전적 부담은 없었나. 장비나 스튜디오 등은 어떻게 준비했나.
양 팀이 처음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할 당시 '부산 콘텐츠 코리아랩-크레이터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1인 미디어 시설을 대여해주는 곳인데 촬영 장비를 빌리거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영상 편집은 각자 집에서 하고 촬영은 밖에서 이뤄진다. 실내 스튜디오 촬영이 필요할 경우 부산 코리아랩을 찾는다.
에그 에그박사팀의 메인 스튜디오는 야외 현장이다. 소재가 자연, 곤충 등이다 보니 야외 촬영의 경우 많은 제작비가 들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장 애정이 가는 영상도 소개해달라.
에그 처음 영상을 만들 때 1년 만이라도 꾸준히 제작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또 친구들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콘텐츠를 꼽아본다면 지난해 말 촬영한 '에그박사 일본편'이다. 사실 한겨울에는 자연 생물을 관찰하기 힘들다. 그래서 일본으로 건너가 살아있는 외국 곤충을 관찰해보자하며 시작한 콘텐츠였다. 국내는 살아있는 외국 곤충을 수입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일본은 살아있는 외국 곤충도 수입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 기라파톱사슴벌레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다.
양 지난해 6월 올린 '민물가재·도롱뇽 채집편'을 꼽고 싶다. 조회수 117만회로 에그박사 영상 가운데 조회수가 두 번째로 높은 콘텐츠다. 주로 스튜디오에서만 촬영하다가 아이들 입장에 서서 자연으로 나가서 채집활동을 해보자고 의견이 모여 직접 나가 채집하기로 했다. 이 영상을 계기로 조회수·구독자가 늘었다. 에그박사 콘텐츠 제작의 방향성을 잡아준 영상이다. 이 콘텐츠 제작 전에도 실외로 나가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민물가재·도롱뇽편을 계기로 단순 야외 촬영이 아닌 채집이라는 콘텐츠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됐다.
에그박사 영상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민물가재/도롱뇽 채집편 대왕가재발견!'편. 사진/유튜브 캡처
영상 하나를 제작할 때 소용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콘텐츠 제작을 하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양 주 4회 콘텐츠 업로드가 원칙이다. 일주일 가운데 1~2일 촬영한다. 에그박사팀의 촬영은 언제나 모험이다. 야외 촬영일 경우 잘못된 정보를 알고 가거나 정보를 알아도 시기를 잘못 맞추면 영상의 주인공 생물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 외 다른 지역으로 촬영을 하러 가게 되면 2박을 넘기게 된다. 올 초 거제도에서 촬영한 '참나무하늘소 채집'편과 '후박나무하늘소 채집'편은 전문가와 함께 갔음에도 일정 마지막 날에야 곤충 주인공을 찾아 촬영할 수 있었다. 올 여름 촬영한 '제주도 소똥구리 발견'편 또한 제주도 일정 마지막 날에야 소똥구리를 촬영할 수 있었다.
에그 에그박사팀의 촬영은 사전 회의를 거친다 해도 당일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악천후 시에는 물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고 겨울에는 생물들이 잘 나오지 않아 당일 촬영을 변경해야 하는 일도 있다. 팀 모두 야외 촬영이 있기 전날, 다음날 날씨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 걱정한다.
주 시청층이 미취학 아동 혹은 학부모다. 콘텐츠 제작을 하며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양 주로 3~13세 등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들이 많이 시청한다. 학부모들도 함께 본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거나 메일을 받기도 한다. 영상 콘텐츠로 자연생물에 관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기 위해 노력한다. 재미는 뺀 채 정보만 있다면 구독자, 시청자들도 보지 않을 것이다.
에그 다른 키즈 채널이나 콘텐츠를 보고 연구한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경우도 늘었다. 아이들을 만날 때 그들의 눈높이나 행동을 관찰하려고 노력한다. 에그박사 팀은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에그박사 팀도 자연 속에서 곤충, 동물을 소개하며 구독자와 함께 경험하는 중이다.
유튜브 내 키즈 콘텐츠를 비롯해 자연 콘텐츠도 많아지고 있다. 에그박사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양 최근 영상 콘텐츠를 살펴보면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이 많다. 에그박사의 시청자는 어린아이들, 미취학 아동들이다. 시청자에게 자연의 존엄성을 알려주며 자연과 친해지게 하겠다는 의도로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단기간 인기를 끌 순 있어도 오랫동안 시청자를 붙들진 못한다.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에그 에그박사 채널은 정보와 재미를 함께 전달한다. 에그박사 자신도 때론 과장되게 목소리를 내면서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무엇보다 팀 모두 콘텐츠를 제작하며 재미를 함께 느낀다.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면서 크리에이터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 에그박사팀의 강점이다.
에그박사가 최근 계획 중인 기획 콘텐츠는 무엇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그 올 겨울 에그박사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글로벌 시청자나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을 유입하려 한다. 에그박사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양 크리에이터는 스스로 즐기면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다. 꾸준한 콘텐츠 제작의 비결은 크리에이터가 관심 있는 것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크리에이터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시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유선생님-유튜브로 가르친다'에 참석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진 가장 왼쪽이 에그박사 김경윤 크리에이터. 사진/유튜브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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