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예산을 수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고위 법관에 대한 격려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5년 전국 일선 법원에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 수억원을 소액으로 쪼개 인편에 현금으로 받아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은 2015년 당시 대법원 예산담당 직원을 최근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2015년 일반재판 운영지원비 명목으로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가 새롭게 책정됐는데, 대법원이 허위증빙 서류를 만들어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법관의 대외활동비와 격려비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며, 얼마나 지급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선 법원 재무담당자들이 한꺼번에 얼마 이상 쓰면 안 되기 때문에 소액을 나눠 뽑아서 대법원에 인편으로 전달했다. 2015년 이후에 대해서는 살펴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자금 조성과 사용의 지시에 법원행정처장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윗선인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리프팅 실' 기술 특허권 소송과 관련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 청와대에 불법으로 넘긴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에 따라 소송 상대 법무법인의 연도별 수임 순위 자료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조사는 다른 사건으로 필요성이 충분히 제기돼 있지만 자주 갈 수는 없으니 적절한 시점에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조만간 옥중조사를 시도할 예정임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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