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지니야 시동 걸고 에어컨과 비상 깜박이 켜줘." 임병길 현대차 프로젝트매니저가 '기가지니' 스피커에 명령을 내리자 멀리 떨어져 있던 지동차에 시동이 걸렸다. 원격 시동키조차 필요 없는 모습에 행사장이 술렁였다. 지난 17일 현대자동차 주최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투싼 페이스리프트(FL)' 시승행사는 이같은 새로운 경험과 함께 시작했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지난 2015년 선보인 3세대 투싼의 부분변경 모델로 지난 7일 출시됐다. 이 차량은 현대차 최초로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홈투카' 기능을 지원한다. 홈투카는 스마트폰 앱과 인공지능 스피커(SKT 누구 및 KT 기가지니)를 사용해 음성으로 차량의 시동, 공조장치, 도어, 비상등, 경적 등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음성 명령을 스피커에서 현대차 '블루링크' 서버에 원격으로 보내 차량으로 다시 전송하는 방식이라 딜레이는 있지만 차량이 시야에 없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단, 공회전 제한규제 때문에 원격으로 시동을 건 후 2분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투싼 페이스리프트 사진/현대차
차량에 탑승하니 LG전자 스마트폰 'G7씽큐'가 놓여 있었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을 USB 선으로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구글), 카플레이(애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각종 앱을 차량의 넓은 화면으로 이용 가능하다. 폰 연결 후 "OK 구글,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니 "알겠습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이 아닌 차량 내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출발하려는 데 문자 메시지가 1통 도착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내용이 출력되고 인공지능 음성이 텍스트를 읽어줬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이같은 커넥티비티 기술뿐만 아니라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첨단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지원한다. 또 옵션 사양으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스탑앤고 기능 포함),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 하이빔 보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서라운드 뷰 모니터, 주차 거리 경고(전방), JBL 프리미엄 사운드 등을 제공한다. 아울러 모든 트림에서 전자식 상시 4륜 구동 시스템(HTRAC)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HTRAC은 빗길, 거친 도로, 커브 등 도로 환경에 맞춰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해 주행 밸런스를 유지하는 기술로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에 적용한 바 있다.
시승은 8단 자동변속기를 지원하는 2.0 디젤 모델의 '프리미엄 트림'에 모든 옵션을 장착해 진행했다. 이 모델은 제원 상 최고 출력 186마력, 최대 토크 41.0kg.m에 복합연비 14.4km/L를 구현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경기도 양주시 송추면까지 편도 약 40km 왕복 후 계기판 연비는 15.8km였다.
출발 후 자유로를 타고 가다 서울외곽순환고도속도로에 진입하는 구간(약 15km)까지는 평일임에도 제법 교통량이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려웠지만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 덕분에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정속 주행이 가능했다. 고속도로 진입 후 양주 톨게이트부터 송추 IC까지 약 14km 구간에서도 스티어링 휠 조작은 앞 차를 추월할 때를 제외하고는 필요 없었다. 고속 주행시 가속력은 빠르고 부드러웠다. 시속 95~100km로 주행하다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을 조금 밟아주니 금새 계기판이 140km를 가리켰다. 차량의 떨림이나 엔진음, 풍절음 등은 느껴지지 않았다.
송추 IC를 빠져나오니 반환점까지 약 10km에 달하는 '마의 구간'이 나타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것은 물론, 과속방지턱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투싼의 언덕 등판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해 봤는데 5단부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3단으로 고정 후 주행하니 가파른 언덕길도 부드럽게 올라갔다. 또 이곳에서 투싼의 4륜 구동과 차제 제어 제어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 U자형 커브에서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했음에도 차가 차선 밖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 현상 없이 말끔하게 빠져 나갔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현대차의 하반기 SUV 라인업 강화 포문을 여는 첫 모델로 판매 개시 이후 지난 17일까지 열흘 간 3577대가 계약됐다. 홍석범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드라마 태양의후예 주인공인 배우 송중기의 차로 이슈가 되기도 했던 3세대 투싼이 한층 정제되고 다이나믹한 주행 성능의 차량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현대차는 오프로드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다이나믹함을 선사하는 균형잡힌 이 차량을 통해 SUV 명가로 자리를 굳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양=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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